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정권 교체 때마다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하는 폐단을 없애고 10년 단위의 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신설한 조직이다. 학제, 교원정책, 대입 정책 등 중장기 교육 방향을 정하고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육 과정의 기본사항을 결정하면 교육부와 지방정부는 이를 시행한 후 국교위에 이행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7월 국교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국교위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후인 2022년 9월 활동을 시작했다. 진보 정권에서 틀을 잡고 보수 정권 때 가동된 것이다.
국교위 위원은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9명(여 3, 야 6),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기관 추천 3명, 교원 단체 추천 2명, 교육부 차관, 시도교육감협의회장 등 21명으로 구성된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정파성은 강한 인사들이 많다 보니 수능 이원화, 내신 절대평가 등을 내부에서 논의한 사실이 반복적으로 유출돼 혼란이 컸다. 위원 간 이념 갈등이 가중되면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마련은 미뤄지기 일쑤였다. 3년 동안 혈세 300억원 이상을 썼지만 제대로 된 정책 보고서 하나 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국교위 위원 6명이 어제 위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다른 위원들을 향해서도 “전원 총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할 합의제 행정기구가 끝없는 무능함과 무책임함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더니, 이배용 위원장의 매관매직 파문으로 이제는 반교육적 부패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김건희 특검 수사에서 김씨에게 10돈짜리 금거북이를 건넨 정황이 포착되자 지난 1일 돌연 사퇴했다. 국교위는 난파선이나 다름없다.
윤 전 대통령은 친일 인사 옹호를 비롯한 왜곡된 역사관 등 여러 논란과 교육계의 반발에도 이 위원장을 초대 국교위원장에 임명했다. 2기 위원장에 내정된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과거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했을 만큼 정파색이 짙다. 초중고교 교육에는 문외한에 가깝다. 이런 국교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런 조직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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