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이사는 트럼프 상대로 소송 제기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고위 관료 및 장성들이 줄줄이 해고된 가운데 ‘이렇게 당할 수만은 없다’라는 저항 움직임도 감지된다. 백악관과 보건복지부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은 질병통제센터(CDC) 국장은 “백악관 관리나 보건부 장관이 아니고 오직 대통령만이 나를 해임할 수 있다”며 버티고 나섰다. 역시 트럼프에 의해 해고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대통령이 연방 법률을 어겼다”며 트럼프를 상대로 법원에 해임 무효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8일 BBC 방송에 따르면 수전 모나레즈 CDC 국장은 트럼프가 임명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으로부터 최근 해고 통보를 받았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백신 정책 등을 놓고 모나레즈와 케네디가 대립한 결과였다. 케네디는 코로나19 대유행 시절부터 백신 접종에 부정적 견해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7월에야 연방의회 상원 인준을 거쳐 취임한 모나레즈는 고작 1개월 만에 물러나게 된 현실을 받아들이는 대신 케네디를 향해 “장관이 비과학적이고 무모한 지시에 고무 도장이나 찍으라고 한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CDC 직원들은 일제히 모나레즈 편을 들고 나섰다.
그러자 백악관이 개입해 “모나레즈 해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새 CDC 국장 후보자를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나레즈는 “오직 대통령만이 나를 직접 해임할 수 있다”며 버티고 있다. 그의 변호인들은 “CDC 국장은 대통령의 후보자 지명과 상원 인준을 거쳐 임명되는 만큼 보건부 장관이 아니고 대통령이 곧 그 인사권자”라는 논리를 들어 반박에 나섰다. 그간 백악관 관리 입에서 “모나레즈 국장이 대통령의 의제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오긴 했으나 정작 트럼프 본인이 이 사안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사기에 연루된 의혹이 불거진 뒤 트럼프로부터 “부정부패한 인물”이란 비난과 더불어 해임 통보를 받은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아예 트럼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쿡은 법원에 낸 소장에서 “대통령의 해고 명령은 불법이므로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는 물론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피고에 포함시켰다.
쿡의 변호인들은 연방 법률상 연준 이사 해임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며 “쿡 이사의 경우 해당 사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어 “소명 기회를 한 번도 주지 않은 채 해고한 것은 명백히 적법절차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쿡은 2020년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금융계에선 ‘트럼프가 연준에 포진한 전임 정권 인사들을 다 내몰고 자기 사람을 심어 연준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취임 후 줄곧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으나, 연준은 경제 지표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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