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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한·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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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28 22:52:20 수정 : 2025-08-28 22: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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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담론의 복원 공표
국제질서 구조적 전환 속에서
새 안보는 관여·신뢰구축 바탕
위험 완화·항구적 평화구축 해야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시 꺼내 든 것은 ‘관여’였다. 8월 25일 열린 회담의 상당 부분은 북한 문제와 한반도 평화를 논하는 데 집중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과 지분을 모색하며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인 행위자로 새로운 위치 선정을 시도하였다.

양국 정상이 국제사회에 평화 담론의 복원을 공표하며 협력 의지를 표명한 것은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올 수 있다. 물론 북한 문제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핵심 현안은 구조적으로 풀기 어렵고, 남북 간 불신도 극에 달해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며 연내 개최 가능성까지 시사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주도권을 확보하느냐는 향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 같은 대화 재개의 움직임을 단순한 외교 이벤트로만 보아서는 곤란하다. 국제질서의 구조적 전환이라는 거대한 맥락 속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추진되던 시기는 탈냉전 낙관주의, 미국 단극체제, 자유주의 질서의 확산이라는 특별한 환경이 뒷받침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세계는 다극화, 신냉전, 그리고 미국·중국·러시아·유럽연합(EU) 등 다수 행위자의 경쟁이 얽힌 복합 구도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 한반도 역시 그 교차점에 놓여 있으며, 과거처럼 자유주의적 확산이나 특정 국가 주도의 전략에 기대는 방식은 설득력도, 조력자도 갖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역사의 교훈도 이를 뒷받침한다. 1919년 베르사유조약의 과도한 제재는 독일 극단주의의 부상으로 이어졌고, 냉전기의 쿠바 미사일 위기 역시 강경 일변도의 대응이 전면전 직전까지 긴장을 고조시킨 사건으로 남았다. 오늘날 중동과 동유럽의 사례에서도 보듯, 일방적 점령과 제재는 단기적 억지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신뢰 붕괴와 갈등 증폭을 초래하기 쉽다. 역사적 경험은 오늘날 상충하는 힘이 교차하는 한반도의 안보전략을 짜는 데도 여전히 유효한 시사점을 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변화된 국제환경 속에서의 안보전략은 단절이 아닌 관여, 고립이 아닌 제도화된 신뢰 구축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회담에서 확인된 관여 의지는 단순한 과거 회귀가 아니라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 흐름 속에서 짚어볼 수 있다. 힘의 균형만으로는 평화공존이 보장되지 않는 오늘의 환경에서, 한국은 더욱 다층적이고 실질적인 평화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오늘날 안보 개념은 군사적 억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 기술, 식량, 보건, 기후, 인권 등 다양한 영역이 모두 안보의 범주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의 안보화”라는 현실 속에서 한국의 전략은 군사 억지, 경제 회복력, 기술 자율성, 기후 대응력, 인간 존엄 보장을 결합하는 종합적 체계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군사훈련과 미사일 발사의 사전 통지, 우발 충돌 방지 규칙, 사이버와 우주 영역에서의 협력이 최소한의 신뢰 구축 조치로 기능할 수 있다. 동시에 보건·식량·기후 협력은 북한과의 정치적 민감성을 낮추면서도 실질적 접점을 마련할 수 있는 경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아시아와 유럽의 중견국들과 연계한 다자 협의체 구축은 한반도 평화를 국제적 연대 속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보장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지정학적 경쟁이 격화되는 현시점은 전략적 안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국면이다. 군사적 긴장을 단순히 억누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위험을 완화하며, 신뢰를 제도화하여 의도적으로 평화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군사·정치·경제·기술·기후·인권을 아우르는 다차원적 전략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지역 안정과 글로벌 공공재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이 세계 질서 재편기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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