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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해외 유튜버들의 스포츠 중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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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4 23:04:20 수정 : 2025-09-04 23:04:19
송용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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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스포츠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화두 가운데 하나가 ‘중계권’이다. 최근 몇 년간 해외 주요 리그의 중계권료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인기 종목은 수천억원에서 조원 단위까지 치닫고 있다. 많은 돈을 쓴 방송사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는 수익을 내기 위해 중계 유료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당장 한국 스포츠팬들은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손흥민의 활약을 보기 위해서는 애플TV+에 가입해 유료 패스를 사야 하고, 이정후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를 챙기려면 SPOTV를 구독해야 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와 미국프로농구(NBA)는 쿠팡플레이에 가입한 뒤 스포츠 패스를 결제해야 한다. 여기에 한국프로야구를 온라인으로 보려면 티빙에 가입해야 한다. 이를 다 본다면 한 달에 5만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돈 없으면 경기 볼 자격조차 없는 시대”라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이 같은 흐름은 ‘스포츠 관람권의 불평등’을 키우고 있다. 팬덤은 커졌지만 접근권은 오히려 좁아졌다. “스포츠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라는 이상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개인 유튜버나 소규모 크리에이터가 직접 스포츠 경기 중계권을 구매해 방송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방송사나 대형 OTT만이 가능했던 영역에 개인이 진입하는 것이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브라질의 인기 스트리머 카지미루 미겔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카지TV(CazeTV)’다.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기간 일부 경기의 디지털 중계권을 확보해 대규모 시청자를 모은 그는, 2023 여자월드컵, 프랑스 리그1 브라질 중계권, 심지어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전 경기(브라질)까지 확보했다. 카지TV는 월드컵 기간 수백만 동시 접속자를 끌어모으며 기존 방송사를 능가하는 도달력을 증명했다. 영국에서도 2025∼2026시즌부터 흥미로운 변화가 시작된다. 독일 분데스리가 일부 경기 영국 내 중계권을 축구 유튜버 마크 골드브리지가 따낸 것이다.

이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경기를 무료로 중계하고, 대신 광고·협찬 수익과 구독자 증가라는 이익을 얻는다. 경기 시청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더 많은 팬들이 유입되고, 이는 다시 광고 가치와 팬덤 확장으로 이어진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도가 가능할까. 아직은 어려워 보인다. EPL이나 MLB 같은 빅리그 중계권료는 개인 유튜버는 물론 웬만한 IT 기업도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다만 중계권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종목에서는 새로운 실험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불법 스트리밍 문제의 해결이 먼저라는 목소리도 크다. 여기에 개인 중계가 늘어나면 해설의 전문성이나 품질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변화는 이미 해외에서부터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쫓아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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