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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달라이 라마 후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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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4 23:08:02 수정 : 2025-07-14 23:08:00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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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6세 소년을 서열 2위인 판첸 라마로 낙점했다.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는 티베트 불교에서 서로 멘토 역할을 하며 후계자를 지명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명 사흘 만에 이 소년과 가족은 사라졌다. 국제 인권단체가 ‘최연소 정치범’이라 부르며 석방을 요구했지만 중국 당국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중국은 대신 공산당원 부모 아래에서 성장한 또 다른 소년을 판첸 라마로 내세웠다. 그는 그동안 공식 석상에서 친중 행보를 보였는데 많은 티베트인은 가짜라고 여긴다.

티베트(시짱·西藏)는 2000년 이상 독립국이었지만 1950년 중국의 무력침공으로 그 지위를 잃었다. 그 후 10년간 이곳은 살육의 현장으로 변해 티베트 인구 600만명 중 100만명 이상이 숨졌다. 원래 주인이었던 달라이 라마는 1959년 ‘3월 봉기’에 실패하자 인도로 떠나 망명정부를 수립, 비폭력 자치운동을 벌여왔다.

중국이 보기에 달라이 라마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종교의 탈을 쓰고 반중 활동을 하는 망명 정객’이라며 분리독립을 선동하는 협잡꾼이라 헐뜯는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서방 지도자들은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가 경제제재 등을 당하며 혼쭐이 나기 일쑤였다. 이미 중국은 2007년 ‘살아있는 불교 지도자의 환생’을 국가가 사전에 승인하는 법령까지 만들었다. 중국이 달라이 라마 사후에 대비해 짝퉁 판첸 라마를 이용해 친중 성향의 후계자를 지명하려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달라이 라마는 이달 초 90세 생일을 앞두고 전통적인 환생제도의 존속을 선언하며 “어떤 외부 세력도 간섭할 수 없다”고 했다. “차기 달라이 라마는 중국이 아닌 자유세계에서 태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은 근거 없는 도발이라며 발끈했다. 외교부는 “환생과 승계 문제가 전적으로 중국 내정에 해당한다”며 “반드시 중국 내에서 (후계자를) 찾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인도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생일축하 행사에 참석하자 주인도 중국대사는 후계자 문제를 거론하며 “양국관계의 ‘가시’”라고 으름장을 놨다. 머지않아 두 명의 달라이 라마가 현실로 닥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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