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고래가 인간에게 사냥감을 건네는 이례적인 행동이 세계 각지에서 관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놀이가 아닌 인간과 관계를 맺거나 탐색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0일(현지시각)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캐나다 해양생물학 연구소 베이시톨로지(Bay Cetology) 소속 연구원 제러드 타워스는 최근 관찰 중이던 어린 암컷 범고래가 바닷새를 토해내 인간인 자신 앞으로 내보이는 행동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타워스는 "사냥한 바닷새가 물 위에 떠오르자 범고래는 한동안 멈춰 서서 내 반응을 살피는 듯했다"며 "이후 몸을 굴리며 카메라 쪽으로 다가왔다가 다시 그 새를 삼켰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먹이 선물' 행동은 단발적인 사건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타워스는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지난 20년간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2004년부터 2024년까지 공식적으로 보고된 사례만 34건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중 인간이 보트 위에 있을 때 21건, 수중에서 11건, 해안 근처에서 2건 발생했다.
또 먹이를 준 범고래들은 북태평양, 남태평양, 대서양, 노르웨이 연안 등으로 세계 각지에서 관찰됐으며, 성체부터 유체까지 연령대도 고르게 분포했다. 먹이 종류도 물고기·포유류·조류·무척추동물·파충류·해조류 등 다양한 생물들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먹이를 내준 범고래의 97%는 인간의 반응을 최소 수초 이상 지켜보다가 먹이를 받지 않으면 다시 물어 건네거나 그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보였고, 다른 범고래와 먹이를 나누는 등 사회적 행동도 함께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 행동이 단순한 장난이 아닌 '사회적 상호작용' 또는 '탐색 행동'의 일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워스는 "범고래끼리도 종종 먹이를 공유하며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인간에게 먹이를 건네는 것도 그와 유사한 사회적 의도일 수 있다"며 "또 다른 경우는 범고래의 높은 지능과 호기심을 고려하면 그들이 되레 인간 반응을 분석해 연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일부 진화심리학자들은 이를 '종 간 일반화된 이타성'의 한 형태로 주목하고 있다. 이는 보상 없이 타종(他種)을 돕는 행동으로 인간과 야생 동물 간 사회적 진화의 실마리를 풀어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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