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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칼럼] 의료 정상화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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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4 23:07:56 수정 : 2025-07-14 23:07:54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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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월 만의 의대생 복귀 시작일 뿐
학칙 변경·학사 조정은 ‘난제 중 난제’
또 다른 특혜 시비 없게 원칙 지키고
국민 눈높이 맞는 의료개혁 이뤄야

윤석열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학했던 의대생들이 전격 복귀를 선언해 의·정 갈등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엊그제 국회 교육·보건복지위원회, 대한의사협회와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에 돌아감으로써 의대 교육 및 의료체계 정상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의 수차례 유화 조치에도 꿈쩍 않던 의대생들이 자진 복귀를 선언하면서 1년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의대생들의 돌연 복귀는 이달 말 미복귀생에 대한 유급, 학사경고 처분이 임박한 데 따른 현실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월 기준 전국 40개 의대생 1만9475명 중 8305명이 유급, 46명이 제적 대상이다. 명분도 대안도 없는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지친 의대생들 사이에 불만이 팽배했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의료계 간에 해빙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채희창 논설위원

하지만 의대 교육 및 의료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전공의·의대생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들의 집단행동으로 발생한 의료 공백과 국민 피해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다”고 질타했다. 특히 의료계가 환자의 생명을 협상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달라고 촉구한 것에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의료계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의대 교육의 질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만큼 양보할 수 없는 가치다. 의대협은 “계절학기·방학 등을 활용해 수업 일수 압축이나 날림 없이 제대로 교육받겠다”며 정부, 학교가 복귀를 위한 학사일정 정상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예과생(1·2학년)은 교양 수업이 대부분이라 주말·방학에 보충 수업을 하면 밀린 과정을 따라잡을 수 있다. 하지만 본과생(3·4학년)은 ‘연간 40주 이상’ 전공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7월 중순을 넘긴 시점에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학들이 난색을 표하는 이유다. 그동안 의료계가 의대 증원에 반대하면서 핵심 이유로 내세웠던 게 의대 교육의 질 저하 아니었나.

전공의들 복귀는 더 복잡하다. 전공의 10명 중 6명은 이미 동네 병·의원 등에 취업했고, 수련을 포기하겠다는 이들도 있다. 전공의협의회는 최근 설문조사를 통해 ‘필수 의료 지원 패키지’ 재검토, 입대 전공의 수련 연속성 보장 등을 복귀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필수 의료 정책 재검토와 ‘입영 특례’ 요구는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아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직도 복귀 조건을 내거는 전공의들의 행태에 여론은 싸늘하다. 병원들도 이미 전공의 없는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

의료 정상화는 정부가 시급히 풀어야 하는 중대 현안이다. 교육부는 “다양한 상황을 종합해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더 이상의 학사 유연화 조치는 없다”던 입장을 바꾸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정부가 의·정 갈등 해소라는 ‘정치적 실적’을 얻기 위해 의료계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또 다른 특혜는 곤란하다. 조리돌림 등 온갖 어려움을 딛고 앞서 복귀한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또 ‘봐주기 카드’를 꺼낸다면 앞으로 정부 정책을 누가 믿고 따르겠나. 원칙을 지키면서 현실적 해법을 찾는 것이 정도다.

일방적인 의대 증원 강행은 지난 정부의 큰 실책이지만, 의사 확충, 필수·지역의료 강화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며 의대 증원을 추진했는데 정작 필수·지역 의료는 더 빈사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 이탈 후 비상진료 체계를 가동하는 데 3조원 넘는 재정이 투입되는 바람에 건강보험 재정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의사 확충, 필수·지역의료 강화 등 국민 모두가 원하는 의료개혁을 이어가야 한다. 정치적 부담을 덜고자 의·정 갈등을 봉합하는 선에서 그친다면 두고두고 정권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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