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자리한 북악산 기슭은 예로부터 배산임수의 명당이긴 하나 왕릉이나 궁궐터로 쓰기엔 기운이 세다는 풍수가 전해져 왔다. 청와대 본관 아래 물길이 있는데 이 물을 마시지 않는다거나, 조선시대부터 군사 요새 역할을 한 탕춘대성(蕩春臺城)의 성터가 대통령 관저와 연결돼 “지도자의 흥망과 연관이 있다”는 속설이 생겨날 정도였다. 역대 정권에서 지도자의 건강 문제가 불거지거나 정국이 요동칠 때마다 이런 속설은 부풀려졌다.
1968년 북한 124부대의 청와대 기습 미수 사건도 그중 하나다. 이후 박정희 정권은 청와대 경호 체계를 전면 개편했고, 청와대 주변 민간인 출입 규제도 강화됐다. 1979년 10월26일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벌어진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은 청와대가 ‘흉가’라는 이미지를 고착화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 후 풍수전문가들로부터 “동서남북이 얽힌 동선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집무실의 가구 배치나 동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청와대는 ‘구중궁궐’로도 불렸다. 내부 소통이 어려운 건물 구조 문제점이 줄곧 제기돼 온 탓이다. 윤석열정부는 2022년 대선 직후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했고, 그해 5월10일 용산 옛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서 ‘용산 대통령실’ 시대를 열었다. 청와대 안마당은 2022년 5월10일부터 민간에 개방됐다. 내부를 둘러본 이들은 “업무공간이라기보다 행사를 치르는 용도에 걸맞다”는 반응을 내놓곤 했다.
서울 용산에 있는 대통령실이 내달 중순 다시 청와대로 옮겨갈 예정이다. 3년7개월 만에 원래대로 돌아가는 셈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국민의 품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았다. 이전 작업이 너무나 급작스럽게, 불투명하게 진행된 탓이다. 당시 저잣거리뿐 아니라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갖가지 웃지 못할 루머가 나돌았다. 국민과 더 가까이에서 소통하겠다던 다짐은 공염불에 그쳤다. 이사를 하는 새 정부도 원활한 소통을 약속했다. 지켜질지 궁금하다. 그나마 청와대 전면 개방 뒤로 852만여명이 드나들며 ‘지신밟기’한 덕택인지 흉가 이미지를 덜었다고 한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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