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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美 과학자 ‘트럼프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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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02 23:14:34 수정 : 2025-04-02 23: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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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5월 시작된 페이퍼클립 작전(operation paperclip)은 나치 독일에 가담했던 과학자·엔지니어 등 642명을 미국으로 밀입국시킨 정보 프로그램이다. 상당수 과학자들이 비인도주의적 만행에 직간접 관련됐지만 미국은 “우리가 그들을 거두지 않았으면 소련 공산주의자들이 데려갔을 것”이라며 작전을 강행했다. 이들은 미 항공우주국(NASA) 등에 근무하면서 아폴로 11호의 추진 기관을 개발해 미국의 인류 최초 달 착륙을 가능케 했다.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과 항공우주 분야의 비약적 발전에는 독일 등 유럽 과학자들의 기여가 절대적이었다.

과학자들이 미국을 떠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 효율화를 명분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해서다. NASA는 예산 50% 삭감, 국립과학재단(NSF)은 직원 50% 감축 및 예산 대폭 삭감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직원 880명을 해고한 데 이어 1000명 더 감원할 태세다. 젊은 과학자들은 연구는커녕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박사후연구원 690명 중 548명(79.4%)이 ‘미국 탈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과학강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유럽 대학과 연구기관들은 환호하며 인재 영입에 나섰다. 프랑스의 엑스·마르세유국립대는 ‘과학의 안식처’라고 이름 붙인 미국 출신 과학자 영입 프로그램을 내놨다. 안내 홈페이지에는 “연구에 위협과 방해를 느끼는 미국인 과학자들을 환영한다”고까지 써놨다. 벌써 100여명이 지원했단다. 특히 독일이 미국의 인재를 받아들여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과학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전쟁 중인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한 인재들 덕분이란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하다.

남의 일이 아니다. 윤석열정부는 2023년 R&D 예산을 16%나 삭감해 과학기술계의 큰 반발을 샀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지난해 말 이공계 석박사 인력이 매년 4만명 부족하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냈다. 과학자를 홀대하는 나라는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 ‘트럼프 엑소더스’를 반면교사로 삼자.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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