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를 크게 흔들릴 것이란 우려에서다.
2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처음 나왔다. 영국의 리서치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다른 주요 기관들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6일 올해 성장률을 1.2%로 기존(2.0%)보다 0.8%포인트 내렸다. S&P는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률을 일제히 내렸는데, 이 가운데 한국에 대한 조정 폭이 가장 컸다.
S&P는 성장률 하향 조정의 이유로 작년 말 성장 약화와 함께 미국의 관세 정책을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HSBC는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로 1.4%를 내다보면서 “1~2월 한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는데 미국의 관세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임에도 약세인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도 미국 관세 부과 우려를 반영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0.3%p 하향 조정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지난달 전망치와 같지만, 한은은 연내 편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를 반영하지 않아 사실상 골드만삭스의 예측이 더 어둡다.
골드만삭스는 “전망치 하향 조정의 절반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하향하면서 공통적으로 계엄 이후 탄핵 정국으로 이어진 한국의 ‘정치혼란’과 미국의 관세 정책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미국의 관세는 한국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무역 상대국인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해 이미 관세를 부과했으며, 오는 4월 3일에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이날 일제히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2% 가까이 하락해 단숨에 2500대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크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격, 인공지능(AI) 반도체주 ‘버블’에 대한 불안감, 오는 31일 재개하는 공매도, 배당락 등 네 가지 악재가 증시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자, 관세가 미국 경기를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며 위험자산 투자 심리를 급속히 냉각시켰다. 다음달 2일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도 부과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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