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8일까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청구인(국회 탄핵소추단)·피청구인(윤 대통령) 양측에 통지하지 않으면서 선고가 4월로 미뤄지게 됐다. 지난달 25일 변론 절차를 종결한 뒤 한 달 넘게 선고일 지정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헌재가 탄핵 정국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예상보다 헌재의 평의(재판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것)가 길어지는 것을 두고 재판관들의 의견차가 커 자칫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문형배 재판관과 이미선 재판관 퇴임(4월18일) 때까지 선고를 못 하는 것 아니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3월 마지막 주 금요일인 이날 일과가 끝날 때까지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에 선고일을 통지하지 않았다. 별도 언론 공지도 없었다. 재판관들은 이날 오후에도 평의를 열고 한 시간가량 토론했으나, 아직 선고일과 관련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경비 등 준비를 위해 통상 선고 2~3일 전엔 선고일을 당사자 등에게 고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은 일러야 다음 주 후반인 4월3일이나 4일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주 월요일인 31일 선고일을 통지해도 4월2일엔 재·보궐선거가 있어 선고가 어렵기 때문이다.
평의에 시간이 더 걸릴 경우 그 다음 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변수는 남은 탄핵심판과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등 일반사건 정기선고다. 헌재는 현재 윤 대통령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 2건의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만 앞두고 있다.
매달 한 차례, 통상 목요일에 하는 일반사건 정기선고는 이미 이달 27일 이뤄졌기 때문에 바로 다음 주인 4월3일에 할 가능성이 낮다. 4월17일은 문·이 재판관이 퇴임하기 하루 전날이라 같은 달 10일이 유력해 보인다. 헌재가 연이틀 선고를 한 전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4월10일 일반사건 선고를 하고 11일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법조계에선 문·이 재판관이 퇴임하기 전에는 선고가 이뤄지지 않겠느냔 예측이 여전히 많지만, 만약 재판관들의 견해가 5(인용) 대 3(기각·각하) 등으로 엇갈린 상황이라면 그때까지도 선고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두 재판관이 퇴임한다면 재판관은 6명만 남는다. 이 경우 법적으로 선고가 불가능하진 않지만 향후 결정의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재판관이 6명만 남는 상황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에선 재판관 6명 이상이 탄핵을 인용해야 피청구인이 파면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이날로 104일째 심리가 진행 중이다.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중 최장기록을 이미 경신했다. 최근 들어 탄핵 찬성·반대 시위가 격화하고, 사회적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헌재의 조속한 결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분출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이날 성명서를 내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면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사회적 혼란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헌재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선고 기일이 장기간 확정되지 않자,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성향 대립 때문에 평의가 길어진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며 “특히 재판관의 개별 성향을 분석해 심판 결과를 예단하는 것이 만연해진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변협은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 사회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며 “정치권도 헌재의 결정에 승복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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