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앞세워 면제·유예 끌어내야
국내 제조업 공동화 대책도 시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수입 자동차와 엔진·변속기·파워트레인·전자 등 핵심 부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에 무관세로 자동차를 수출해 온 우리 업계는 다음 달 3일부터 ‘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 지난 12일부터 관세가 부과된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까지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휘말린 만큼 비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자동차는 지난해 미국에 347억4400만달러(약 51조원)어치 수출됐다. 전체 자동차 수출액의 49.1%나 됐다. 관세 부과로 현지 경쟁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이 저하된다면 수출에 심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관세 25% 부과로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작년 대비 18.59%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간 우리 완성차 업계는 미국 내 생산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관세 파고에 대비해 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미국 내 세 번째 생산 거점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준공식에서 “관세 발표 후 협상은 정부 주도하에 개별 기업도 해야 하므로 그때부터가 시작이 될 것”이라며 민·관 협력 대응을 강조했다. 정부도 새겨들을 대목이다.
당장 정부는 업계와 손을 잡고 미 정부를 상대로 신속히 협의에 나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에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을 충족하는 자동차에는 미국산 이외 부품 금액에만 관세를 매기고, USMCA 적용 자동차 부품에는 관세를 유예하기로 했다. 우리도 한미 FTA를 지렛대로 삼고 업계의 미국 투자 증가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내세워 관세 면제나 유예를 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4월2일에는 모든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관세·비관세 장벽을 망라한 상호관세를 발표할 예정인 만큼 적어도 일본이나 유럽연합(EU) 등 경쟁국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이지 않아야 한다.
정부는 다음 달 자동차산업 비상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미국 의존도가 높은 수출을 다변화하는 대책과 더불어 업계의 현지 생산 증가에 따른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우려를 잠재울 방안도 담겨야 할 것이다. 한국GM은 연간 생산량의 85%가 대미 수출 분량이어서 철수설까지 나오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국내 일자리는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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