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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 vs “꼴값”…‘대치맘’ 영상 열풍 속 엇갈린 시선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슈팀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 2025-03-26 05:58:00 수정 : 2025-03-26 07: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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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적 풍자” 호응에 인기 끌지만
특정 성별·계층 향한 혐오 조장 우려
“지금 저는 제이미(Jamie) 수학 학원 보내고 오는 길이구요. (제이미가 지금 4살이지 않아요?) 사실 처음부터 막 수학 학원을 다닌 건 아니구, 제가 제이미한테 까까를 준 적 있는데 어느 날 까까 개수를 세기 시작하는 거예요. 아이가 그걸 캐취해서 벌써 수를 이용하는 거죠. 아, 이건 영재적인 모먼트다! 요즘은 그런 영재적인 모먼트 때문에 모든 제 삶의 초점이 제이미한테 맞춰져 있습니다.”

 

개그우먼 이수지의 ‘대치맘’ 연기가 화제다. 지난달 4일 그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라온 대치맘 패러디 영상 1편은 25일 기준 조회 수 844만회를 넘어섰다. 지난달 25일에 올라온 2편 조회 수도 555만회에 달한다.

 

개그우먼 이수지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린 ‘Jamie맘’ 이소담씨 영상 두 편은 누적 조회수 1400만회를 육박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차 안에서 식사를 때울 정도로 바쁘게 자녀의 학업 스케줄을 챙기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엄마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엄마들을 희화화하고 부당하게 조롱했다”는 비판이 나오며 이런 풍자가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영상에서 이수지가 연기한 대치맘 이소담(일명 제이미맘)씨는 수백만원대의 고가 패딩을 입고, 4살 아들 제이미를 학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포르쉐 차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그는 나긋나긋한 말투로 한국어와 영어,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쓰며 “아이의 영재적 모먼트를 캐취하고 확장해 주는 게 엄마”라고 말한다.

 

아직 기저귀도 못 뗀 제이미에게 영어, 수학 중국어는 물론 심지어 제기차기, 배변훈련 과외까지 시키려는 이씨의 모습은 교육열이 높은 강남 어머니들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묘사했다는 호평을 받는다. 누리꾼들은 “대치동 며느리 말투랑 똑같다”, “연출이 아니라 진짜 같다”, “대치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 더 웃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학원가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이 패러디 영상이 큰 반향을 일으킨 주된 이유는 사교육 열풍의 이면을 정확하게 조명했기 때문이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등장한 4세·7세 고시반, 자녀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학부모들, 교육 불평등으로 인해 대물림되는 계층 간 격차 등의 현실에 대해 많은 사람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3세 아이의 엄마인 전모(36)씨는 “단순 개그라고 웃어넘기기엔 사교육에 목을 매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잘 담겨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앵커 출신 방송인 백지연도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대치맘 영상을 보고 한참 웃었는데 사실 많은 학부모들의 비애가 깔린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OO맘’으로 범주화되는 유사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예전의 ‘맘충’, ‘된장녀’처럼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편견과 혐오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패러디 영상에는 “대치동 엄마들=꼴값 토 나온다”, “퐁퐁남 만나서 인생 역전”, “대치동은 우월하게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 등 특정 성별이나 지역을 하나의 틀에 가두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듯한 댓글이 상당하다.

 

실제로 대치동 엄마들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앞서 자녀 학원 라이딩 일상을 공개한 배우 한가인에게 옮겨가 그의 채널에 인신공격성 악플이 쏟아졌다. 또 이수지가 영상에서 입고 나온 고가 패딩이 ‘강남 엄마들의 교복’으로 상징되면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선 해당 제품 매물이 급증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대치맘들이 긁혔다”고 조롱했다.

 

전문가들은 풍자 콘텐츠를 피상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비하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 사회는 풍자와 웃음을 대할 때 종종 ‘누군가를 저격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경향이 있다”면서 “풍자물이 던지는 사회 문제에 주목해야 하며 단순히 조롱의 의도로 해석해 몰아가는 분위기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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