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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불공정 약관 ‘발목’… 끊을 수 없는 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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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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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중 분실’ 책임 회피 등
약관 민원 3년 새 2배 늘어
소비자원, 민원에 소극 대응
‘공정위 심사청구’ 10년간 5건
시정 조치는 단 1건도 없어

직장인 A(29)씨는 지난해 7월 장당 25만원짜리 아이돌 공연 표를 4장 구매했다. 하지만 표가 등기 우편 배송 과정에서 분실되면서 A씨는 재발급 등 구제 방안을 문의해야 했다. 하지만 쿠팡플레이 측은 예매공지에 있었던 유의사항을 들어 “분실, 파손, 도난 등 어떠한 경우에도 티켓 재발행은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A씨의 반복된 민원 제기 끝에 예매처는 공연 당일 해당 좌석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게 확인되면 입장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대기에 대한 정확한 안내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A씨는 “분실이나 도난이 일어나면 소비자가 잘못한 게 없는데도 왜 피해를 떠안아야 하느냐”며 “예매 단계에서부터 쿠팡 유료 회원이어야만 예매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도 공연을 보기 위해 소비자가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식의 ‘갑질’”이라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예매부터 냉장고·정수기 등 가전제품까지 ‘구독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늘면서 불공정 약관과 관련한 소비자 민원이 쌓이는데, 정부 기관에서는 소극 행정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 보호 체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만 의원실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중 이유가 ‘약관’이었던 사례가 크게 늘었다. 2022년 305건에서 2023년 859건, 2024년 306건, 지난해 616건이었고 올해는 8월 기준 727건으로 벌써 지난해 수치를 넘어섰다.

최근 5년 동안 소비자원에서 ‘약관’을 이유로 진행된 상담 건수만 1만443건에 달한다. 내용별로는 ‘중도해지’ 관련 4901건, ‘위약금’ 2630건, ‘환불 불가’ 1035건, ‘면책’ 985건 등이다. 이 중 피해구제 신청으로 이어진 건 2813건을 품목별로 보면 보험 1408건, 금융 280건, 차량·승용물 234건, 정보통신서비스 231건, 문화·오락서비스 170건 등이 상위 5개를 차지했다. 피해자들의 신청이 소비자원의 피해구제로 이어진 건 8.0%(831건)뿐이었다.

약관 관련 소비자 민원이 쌓이는 상황이지만 소비자원은 현행법상 청구할 수 있는 불공정 약관 심사 청구를 거의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

현행 약관법은 소비자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 여부를 심사해달라고 청구할 권한을 부여한다. 공정위는 심사 이후 불공정 약관으로 판정되면 시정 조처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소비자원이 청구한 불공정 약관심사는 5건에 그쳤고, 이마저도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내린 사안은 하나도 없었다. ‘심사 불개시’ 2건, ‘약관심사 대상 아님’ 1건, ‘불공정 약관 해당 없음’ 1건, ‘검토 중 사업자 자진 시정’ 1건으로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약관법 위반에 대한 위법사실 통보 또한 한 건도 없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피해구제와 실태조사 등을 진행해 약관법을 명백히 위반한 사항이 확인될 경우 시정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관된 불공정약관 시정, 심사, 개선 요구 민원인에 대해선 직접 공정위로 신고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만 의원은 “늘어나는 약관 민원이 공정위 심사로 이어지도록 소비자원의 심사 청구 기준과 절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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