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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칼럼] 지금이 미래 신기술 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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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서 선도자로… 새 혁신 필요
단기실적 평가 넘어 연구·도전 보상
산학 협력·융합형 핵심 인재 양성
정부는 호황기 세수 적립·투자를

지난 9월 반도체 수출은 603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49.9%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률 76%를 기록했다. 제조업에서 보기 드문 숫자다. 오랜 시간 쌓아 온 기술력에 인공지능(AI) 수요가 더해진 결과다.

그러나 이 호황이 언제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도체는 수요와 공급, 가격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이는 산업이다. 한 달 수출의 절반을 한 품목에 기대는 지금, 업황이 꺾이면 그 충격은 경제 전체로 번진다.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수요에 맞춰 양산 능력을 확보하는 일은 당연하다. 다만 증설은 장기 수요와 설비 전환 가능성을 따져 결정하고, 차세대 제품 연구를 함께 이어가야 한다. 더 근본적인 과제는 따로 있다. 우리 기업은 이미 선도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평가하고 협력하고 인재를 키우는 방식은 여전히 빠른 추격자 시절에 머물러 있다. 추격자는 앞선 이를 따라가면 되지만, 선도자는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길을 찾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첫째, 평가와 보상이다. 추격자 시절에는 정해진 목표를 빨리 달성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었고, 당장의 실적이 가장 좋은 평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이익은 과거에 개발한 기술에서, 내일의 이익은 지금 하는 연구에서 나온다. 단기 실적만 보상하면 인재는 성과가 바로 보이는 일로 몰리고 미래기술은 비어 간다. 장기 연구는 단계별 목표 달성과 기술의 파급력으로 평가하고, 부서의 임무에 따라 실용성과 도전성의 비중을 달리해야 한다. 실패한 도전에서 얻은 지식도 조직의 자산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야 뛰어난 연구자가 결과가 불확실한 과제에 기꺼이 뛰어든다. 성과급 갈등이 불거진 지금이 평가 체계를 다시 설계할 적기다.

둘째, 산학협력과 인재 양성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7학년도 주요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 수시 지원자는 1년 새 19.4% 늘었다. 인재가 몰려오는 지금, 숫자보다 탁월함에 집중해야 한다. 실용적인 미래 선도 기술 개발은 물론이고 같은 장비로도 수율을 가르는 것은 결국 사람의 탁월함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인재를 미리 확보하려고 작은 과제를 여러 대학에 나눠 주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본다. 기술보다 채용이 목적인 협력이다. 과제가 잘게 쪼개지면 연구는 단편적인 결과에 그치고, 학생도 큰 문제를 융합적으로 풀어 보는 경험을 하기 어렵다. 회사 혼자 풀기 어려운 미래기술은 여러 전공의 교수가 참여하는 센터에서 공동 개발해야 한다. 큰 주제 아래 협력하면 복합적인 기술 문제를 풀 수 있고, 참여 학생은 융합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한다. 아이디어는 교수 연구실의 작은 상향식 과제로 탐색하고, 가능성이 확인되면 센터로 키우는 단계적 지원이 바람직하다. 대학의 실험·실습 환경 개선에는 기업과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

셋째, 정부의 역할이다. 선도자에게는 따라갈 교본이 없다. 정부도 경쟁국을 뒤쫓는 지원에서 벗어나, 우리가 잘하거나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골라 세계를 선도하도록 집중 지원해야 한다. 선도 기술은 10년 넘게 걸려 완성되는 만큼, 지원도 정권과 예산 주기를 넘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재원은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일부를 적립해 기초연구와 인재 양성, 전력망 같은 핵심 인프라에 투자하고, 불황기에 연구·산업 기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완충 장치로 삼아야 한다. 적립과 사용의 기준, 성과 평가는 투명하게 공개해 정치적 셈법에 휘둘리지 않게 해야 한다.

빠른 추격자 전략은 우리 반도체를 세계 정상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성공을 만든 방식이 다음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과거 방식으로 성과를 거둔 사람과 조직일수록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자세로 달라진 시장과 제도, 인재와 우리의 위상을 다시 살펴야 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지킬 것은 새 환경에 맞게 다듬어야 한다. 초호황은 다음 위기를 준비하라고 주어진 귀한 시간이다. 호시절일수록 겸손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지키는 길이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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