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공보물 등 필수 실비만 반영
기초의원 진입 장벽 낮추겠단 구상
공천 절차 100% 온라인 시스템화
공약 생성 AI 보좌관·멘토·사무장…
AI 기술 선거에 적극 활용해 ‘눈길’
공천 심사 2030 지원자 대거 몰려
저비용·디지털, 정치지형 변화 주목
“의미 있는 득표 땐 진전된 선거 형태”
“성과 한계·과장된 마케팅” 신중론도
日 신생 정당 ‘팀 미라이(미래)’ 깜짝 돌풍
AI 엔지니어 당수 맡아 청년층 호응
중의원 선거서 비례대표 11석 확보
정치 디지털 플랫폼·서비스 구축 등
기술 앞세운 탈이념 기조 지지 얻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공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99만원 공천’을 내건 개혁신당의 정치 실험이 등장해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당 기탁금과 면접비, 심사비 등을 면제하고 현수막·공보물 제작비 등 필수 실비만 반영해 기초의원 출마 비용을 99만원 수준으로 책정해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공천 절차를 100% 온라인화하고, 선거운동 과정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등 기존 정치 문법을 바꾸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일각에서는 ‘과대 마케팅’ 논란과 함께 단기간에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되지만, 저비용·디지털 정치 실험이 한국 정치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99만원 공천’에 90년대생이 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혁신당에서는 누구나 99만원이면 출마할 수 있다”며 2026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99만원 공천’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약 30초 분량의 쇼츠 영상은 조회수만 150만건에 육박했고, ‘99만원 공천’에 공감하거나 참여 의사를 밝히는 댓글도 잇따랐다.
‘99만원 공천’은 시·군·구 등 기초의원 출마를 위해 수백, 수천만원이 드는 선거 비용을 99만원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선거에 출마할 때 국가에 내는 선거 기탁금 외에 통상 기초의원 출마에는 3000만원, 광역의원 출마에는 5000만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류 심사비, 면접 심사비 등을 비롯해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출하는 명함, 포스터 등 공보물 제작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개혁신당은 심사비와 접수비를 ‘0원’으로 하고 최근 문제가 된 공천헌금과 특별당비 등을 모두 없앴다고 밝혔다. 당비 2000원만 납부하면 온라인 공천 시스템을 통해 종이서류 심사 없이 공천 신청이 가능하다. 공천을 받게 된 이후에는 당이 제공하는 통합 홍보 지원 시스템 등을 통해 공보물 제작·설치 비용 등을 최소한으로 줄여 비용을 절감한다.
다만 ‘99만원 공천’이 실제 저비용 선거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과 함께 과장된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관리위원회에 내는 선거 기탁금과 선거운동 비용은 별도로 발생한다. 선거 기탁금은 시·군·구 기초의원은 200만원, 시·도 광역의원은 300만원이며 일정 득표율을 넘기지 못하면 반환되지 않는다. 유세 차량이나 선거운동원 등 후보자의 재량에 따라 더할 수 있는 부대비용까지 추가하면 실제 지출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개혁신당 관계자는 “과대 마케팅으로 당이 얻는 실익이 없다”며 일축했다. 그는 “선거 비용이 후보자 개인 부담과 국민 세금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인데, 처음부터 선거 비용을 줄이고 선거공영제의 폐해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7일부터 진행 중인 공천 심사에는 현재까지 약 400명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은 이 가운데 100여명에 대한 공천을 확정했으며, 나머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도 면접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지원자 중에는 20·30대가 상당수를 차지했으며, 선거 출마가 가능한 최저 연령인 만 18세의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성남시의원과 경기도의원을 지낸 개혁신당 이기인 사무총장은 자신의 과거 선거 경험을 예로 들며 비용 절감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처음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에는 대부분의 비용을 집행했지만, 이후 바른미래당 후보로 나섰을 때는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 4700만원 가운데 약 2000만원만 사용하고 보전받아 개인 부담은 300만∼400만원 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99만원 선거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자는 구호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선거비를 낮추는 시스템을 만드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AI+민주주의’ 대안 될 수 있을까
눈여겨볼 부문은 AI 기술을 선거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개혁신당은 개발자 출신인 이 대표가 주도해 선거운동에 활용할 AI 보좌관·멘토·사무장을 비롯해 가짜뉴스를 탐지하는 AI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자체 개발했다. 99만원 선거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AI 선거 통합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은 경력 단절 여성이나 정치 경험이 적은 2030세대를 주요 대상으로 설계됐다. 공약 생성 AI 보좌관을 활용하면 지방의회 회의록을 자동 분석해 지역별 맞춤형 공약을 추천받을 수 있고, 슬로건과 캐치프레이즈도 생성할 수 있다. 도출된 공약은 중앙당 정책과 비교해 차별화 지점을 분석하는 멘토 기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선거운동이 처음인 후보자도 AI 사무장을 통해 일정 관리부터 동선 설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유동 인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동선 분석을 통해 보다 과학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하며, 스케줄 관리 역시 AI가 맡는다.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 디자인 작업도 팸플릿에 후보자 공약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제작된다. 인쇄 업체 연결부터 결제·제작·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지원된다. 개혁신당은 AI 기술 개발 과정에서 관련 법률에 대한 검토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선거관리위원회와도 수시로 협의하며 법적 문제 발생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후보자에게 법적 책임이 전가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기술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 미비한 부분은 보완해 가며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AI 활용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젊은층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낼 가능성은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당선권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한다면 2028년 총선이나 2030년 대선에서는 더 진전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지난 선거가 유튜브 중심이었다면, 이번 선거는 AI를 접목하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각 정당이 AI를 어떻게 활용해 지지층을 결집시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日 신생 정당 ‘팀 미라이’ AI 내세워 깜짝 돌풍
해외에서도 인공지능(AI) 기술을 정치에 전면적으로 도입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는 거의 없다. 다만 최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디지털 민주주의를 내세운 신생 정당 ‘팀 미라이(미래)’가 깜짝 돌풍을 일으키며 주목받았다. AI 엔지니어가 당수를 맡은 이 정당은 AI, 로봇 등 미래에 대한 성장 투자를 강조하며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었다.
2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안노 다카히로(35) 당수가 이끄는 팀 미라이는 지난 8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381만표를 얻어 비례대표 11석을 확보했다. 이는 당초 목표였던 5석을 크게 웃도는 성과로, 원내 제6당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5월 창당한 팀 미라이는 같은 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안노 당수가 비례대표로 당선되고, 정당 요건인 득표율 2%를 충족하며 처음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1990년생인 안노 당수는 AI 엔지니어이자 SF 작가로 활동했으며, 후보자들 역시 금융·정보기술(IT) 경력자와 AI 엔지니어 등 기술 분야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일본 국정 정당 가운데 가장 젊은 정당으로 꼽히는 팀 미라이는 ‘기술로 정치를 바꾼다’는 기치 아래 “기술로 정치를 철저히 업데이트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팀 미라이의 중의원 당선자 평균 연령은 40.2세로, 전체 당선자 평균(54.7세)보다 약 15세 낮다.
팀 미라이는 지난해 국회에 진출한 뒤 정당 교부금을 활용해 ‘나가타초(일본 정치의 중심지) 엔지니어 팀’을 꾸리고 100일 플랜에 착수했다. AI를 기반으로 한 정치 디지털 플랫폼과 서비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정치자금의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미라이 마루미에’, 국회에서 심의 중인 법안 정보를 AI가 알기 쉬운 말로 전달하는 ‘미라이 의회’, 허위 정보를 검증하는 ‘AI 팩트체커’ 등이 개발됐다. 이들은 모두 오픈 소스로 공개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유세차 대신 유튜브 라이브를 활용했으며 24시간 유권자 질문에 응답하는 ‘AI 안노’로 온라인 중심의 소통 전략을 펼쳤다.
기술을 앞세운 탈이념 기조로 중도·무당층의 지지를 확보한 점도 특징이다. 안노 당수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무당층의 지지를 얻은 배경에 대해 “우리가 주장해 온 ‘좌도 우도 아닌 미래라는 축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확산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팀 미라이의 도전이 일본 정치 전반의 구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거대 정당 중심의 정치 지형이 공고한 데다, 11석 규모의 팀 미라이는 단독 법안 제출 요건(중의원 20명·참의원 10명)을 충족하기까지 추가 의석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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