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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국가가 기억해야 할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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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욱 외교안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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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겨울, 신병교육을 받다가 보았던 문장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교육 과정에서 접한 미 육군 장병 신조(Soldier’s Creed)의 한 구절이었다.

“I will never leave a fallen comrade.”(나는 쓰러진 전우를 결코 두고 가지 않는다.)

김태욱 외교안보부 기자
김태욱 외교안보부 기자

전장에서 군인의 결의를 간명하게 표현한 것이지만 좀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국가가 위험한 현장으로 보낸 국민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국가와 개인 사이의 일종의 ‘계약’을 상징한다. 여기서 말하는 ‘전우’는 전장에 선 병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가, 국익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든 이들을 끝까지 기억하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기억하려 노력하고 있는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수많은 별들이 있다.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정에서 개인적 희생을 감당하고, 이에 따른 부담을 스스로 떠안는 경우가 있다. 극단적 경우 때로 타국의 낯선 도시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하지만 종종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빠르게 사라진다.

최근 전직 외교 관료와 이야기하다가 문득 한 이름이 기억에 다시 떠올랐다. 그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다”고 했다. 김은영 전 외교부 남아시아·태평양국장이다.

김 전 국장은 2018년 11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순방을 수행하던 중 싱가포르 현지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동료들은 한결같이 김 전 국장을 성실하고, 누구에게라도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또 애국심이 남달랐고, 대한민국 외교를 위해 누구보다 헌신한 외교관이었다고 말한다.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양자 외교 지역국 국장에 오른 인재이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병마가 없었다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한국을 대표해 어느 나라의 대사가 되어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하지만 현실의 그는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병상에 누워 있다.

김 전 국장과는 일면식도 없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성당에 들를 때면 종종 기도하게 된다. 의학이 더 빠르게 발전해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그래서 2018년 11월 김 국장이 꿈꾸었을 대아세안 외교의 지평을 다시 넓혀가기를…. ‘김은영 국장님. 2026년 붉은 말의 기운을 받아 다시 힘차게 달려가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라고 기원한다.

이는 불행을 당한 어느 한 개인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인 동시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름을 머릿속에 되새기기 위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전에 없이 커지고, 이에 따른 외교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진 요즘이라 더욱 간절해지는 생각이다. 외교의 성과는 주목받은 누군가의 이름으로 남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많은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제3국 외교의 최전선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외교관들의 노력은 좀처럼 조명되지 않는다.

이재명정부는 글로벌사우스 전략을 통해 대한민국의 외교 지평을 넓히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외교의 외연 확장만큼 외교를 수행하는 이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중요하다. 김 전 국장을 다시 떠올려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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