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음양오행으로 보면 불의 기운을 띤다. 십이지 열두띠 동물 중 7번째(午·오)다. 2026년인 올해 병오(丙午)년은 천간인 ‘병’ 역시 화기에 속하는데, 중국에서는 이처럼 불의 기운이 겹치는 해엔 변고가 일어난다는 항설이 있다. ‘반혁명분자 처단’이란 명분 아래 최소 수십만에서 최대 2000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문화대혁명은 바로 직전 ‘붉은말의 해’인 1966년 5월16일 촉발됐다. 다만 마도성공(馬到成功: 말을 거침없이 달려 성공을 이룬다)이라는 덕담을 나누길 좋아하는 중국에선 말띠 출산을 선호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말띠 여성은 팔자가 세다’는 속설이 있다. 남아선호 사상이 판치던 때만 해도 이런 낭설에 여아 낙태가 암묵적으로 용인돼 극심한 성비 불균형을 불렀다. 출생신고를 늦추거나 제왕절개로 앞당기는 일까지 있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말띠 해인 1978년 출산율은 전년 대비 14% 하락했다. 1990년엔 여아 100명당 남아 116명이 태어나 1985∼1989년 평균 113명을 훌쩍 넘었다. 당시 영남에선 120명이 훨씬 넘었다고 한다.
일각에선 말띠 여성 출산 기피가 일본에서 들어온 미신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선 말띠해에 태어난 여성은 기질이 세 남편의 기를 꺾는다거나 60년마다 찾아오는 병오년생은 불행해진다는 속설이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일본의 1966년 출생자는 대략 136만명으로 1965년 182만명, 1967년 194만명과 비교해 대폭 줄었다. 그러나 당시 주가 급락에 증권가가 심각한 불황을 겪은 여파라는 추론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우리 선조는 말을 상서롭게 여겼다. 신화에는 제왕 출현의 징표로 자주 등장하는데,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는 말이 전해준 알에서 태어났으며 고구려 시조 주몽은 말을 타고 승천했다. 말은 ‘하늘과 인간,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존재’ ‘생명력과 지혜, 충성의 상징’(한국민속상징사전)이다. 말띠 여성을 힘들게 한 이런저런 속설은 우리 전통과는 먼 소리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명대를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마부정제(馬不停蹄), 말이 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사자성구대로 2026년 병오년에도 출산 반등 흐름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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