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온 원로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올해 초 고인이 남긴 마지막 수상소감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이순재는 지난해 10월 건강 문제로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 전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변함없는 연기 열정을 보여왔다. 같은 해 KBS 연기대상에서는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며 그의 연기 인생에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
수상 무대에서 이순재는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네”라며 눈물을 보였고, 현장에 있던 배우들은 모두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캐서린 헵번은 60대 이후에도 세 번이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공로상이 아니라 연기상이었다. 연기를 잘하면 나이가 60을 먹어도 상을 주는 거다.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하며 연기 철학을 담담하게 전했다.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로 13년간 재직하며 제자들을 지도해온 그는 학생들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도 잊지 않았다. 이순재는 “이번 드라마 촬영 때문에 도저히 학생들을 가르칠 시간이 안 맞더라. 그래서 학생들한테 ‘정말 미안하다. 난 교수 자격이 없다’고 사과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런데도 학생들이 ‘염려 마십시오. 가르쳐 주신 대로 우리가 다 만들어 내겠다’고 하더라. 눈물이 났다. 그 학생들을 믿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오늘의 결과가 온 걸로 알겠다”며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청자 여러분,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25일 새벽 눈을 감았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건강 관리와 변함없는 연기 열정으로 방송, 영화, 연극 등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한국 연극·방송계의 역사를 함께 써왔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성장했고, 아버지를 따라 중국 지린성 옌지로 이주했다가 네 살 때부터 서울의 조부모 손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철학과 재학 시절 연기라는 길을 선택한 그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1961년에는 KBS 개국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에 출연하며 TV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고,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로 활동하며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를 넘나들었다.
이후 ‘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동의보감’, ‘허준’, ‘이산’ 등 수많은 작품에서 활약했고, 70대에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기존의 근엄한 이미지를 벗고 코믹 연기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순재는 연극 무대로 돌아와 ‘리어왕’ 등에서 방대한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 방송과 연극계에서 그가 남긴 발자취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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