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남정훈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과 가나의 11월 A매치 평가전이 열린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홍명보호’의 올해 마지막 A매치이자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국내에서 치러지는 마지막 평가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경기였지만, 관중석에는 빈자리가 크게 눈에 띄었다. 이날 집계된 관중은 3만3256명. 영상 1도의 한 겨울을 방불케 하는 추운 날씨를 탓할 수도 없었다. 지난달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 때도 세찬 비가 내렸지만, 홍명보호 출범 후 최다인 6만3237명의 관중이 몰려들었기 때문.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 등 슈퍼스타들이 다수 포진한 브라질과 달리 가나에는 스타급 선수들이 거의 없는 데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으로 인한 대표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등 복합적인 이유로 또 한 번 A매치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홍명보 감독은 볼리비아전과 비교해 베스트 11 중 8명을 바꿔 3-4-3 전형을 들고 나왔다. 한국 축구의 핵심 3인방인 ‘캡틴’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과 ‘골든보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철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만 2연속 선발 출장했다. 볼리비아전을 마치고 홍 감독이 예고한대로 오현규(헹크)가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격했고, 손흥민은 전성기 시절 포지션인 왼쪽 윙포워드로 이동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좌우날개로 나섰고, 중원엔 ‘혼혈 태극전사’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와 권혁규(낭트)가 나섰다. 카스트로프는 태극마크를 단 뒤 두 번째 선발 출장, 권혁규는 A매치 데뷔전이었다. 양쪽 윙백에는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과 설영우(즈베즈다)가 섰다. 포백을 구사했던 볼리비아전과 달리 이날은 김민재와 박진섭(전북), 조유민(샤르자)가 스리백을 형성해 상대 공격을 막았다. 골키퍼 장갑은 송범근(전북)이 3년 4개월 만에 꼈다.
얼어붙은 팬심을 녹이기 위해선 대표팀의 화끈한 골 폭죽이 필요했지만, 대다수 바뀐 멤버 때문이었을까.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렸던 볼리비아전처럼 이날도 한국의 경기력은 답답함 그 자체였다. 가나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73위로 한국(22위)보다 51계단이 낮았지만, 한국은 가나의 수비진을 좀처럼 뚫어내지 못했다. 수비진에서 공을 이리저리 돌리다 전방에 롱패스를 하는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 일관했다. 빌드업 과정이 투박했던 결과, 전반 중후반까지 유효 슈팅도 1개 날리지 못했다. 전반 41분 손흥민이 올린 왼쪽 코너킥을 권혁규가 방향만 바꾸는 헤더로 연결한 게 유일한 유효슈팅이었다.
가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맞대결에서 골을 넣었던 공격수 모하메드 쿠두스(토트넘)와 센터백 모하메드 살리수(모나코), 그리고 일본전에서 발목이 부러진 미드필더 아부 프랜시스(툴루즈), 가벼운 부상을 입은 스트라이커 앙투안세메뇨(본머스) 등 일부 핵심 자원 없이 한국전에 임했지만, 전반 중반 이후부터 강한 피지컬과 스피드를 앞세워 한국을 압도했다. 전반 유효슈팅도 3-1 가나의 우세였다.
별 소득 없이 전반을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부터 김진규(전북)-서민우(강원)로 중원 조합을 바꿔 나왔지만, 가나의 수비진을 좀처럼 뚫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9분 프린스 아두에게 골을 허용했다가 오프사이드 판정 덕분에 실점을 면했다.
홍 감독은 후반 17분, 오현규 대신 조규성(미트윌란), 손흥민 대신 황희찬(울버햄튼)을 투입하며 공격진 변화를 꾀했고 교체 1분 만에 가나 골문을 열었다. 이강인의 ‘황금 왼발’이 빛을 발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크게 감아 올린 크로스를 가나 수비 배후로 파고들던 윙백 이태석이 그대로 머리로 받아 넣었다. 이태석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이태석의 골이 터진 이후 한국의 경기력은 한결 개선됐다. 황희찬의 번뜩이는 개인기가 추가골 찬스를 만들어냈다. 후반 26분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뚫어내고 들어가는 황희찬을 가나 수비가 팔로 잡아 넘어뜨렸고,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이 직접 찼지만, 상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해며 추가골에는 실패했다.
위기에서 벗어난 가나는 카말딘 술래마나(아탈란타)의 드리블 돌파를 앞세워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한국은 밀집 수비로 골문을 허용하지 않았다. 후반 39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가나가 한국 골망을 갈랐지만, 또다시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실점을 피했다. 끝까지 1-0 리드를 지켜낸 홍명보호는 11월 A매치 2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다음 달 초 열리는 조 추첨을 앞두고 FIFA 랭킹 포인트가 반영되는 A매치 2경기를 모두 승리하면서 홍명보호는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포트2에서 조 추첨을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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