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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인간 젠슨 황’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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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17 23:01:56 수정 : 2025-11-17 23:01:54
김희정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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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폐막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당시 방한한 해외 정상들과 경제인 중 가장 주목받은 인사를 꼽으라면 의심할 여지 없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였다. 에이펙 정상회의 부대 행사였던 ‘에이펙 CEO 서밋’이 큰 관심을 모은 것도 젠슨 황이 특별연설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짧은 방한 일정에도 서울과 경주를 오가며 ‘깐부치킨 회동’과 ‘빼빼로 먹방’ 등 가는 곳마다 화제를 일으키며 ‘인간 젠슨 황’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에이펙 CEO 서밋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저녁. 경주에서 에이펙 서밋 취재를 하던 기자들끼리 조촐한 저녁 자리를 함께했지만 모두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젠슨 황과 이재용 삼성전자·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서울에서 치맥을 즐기는 장면을 유튜브 생중계로 보느라 식사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다. 이어 세 사람이 코엑스 ‘지포스’ 무대에 올라 장난감 총을 들고 익살스러운 퍼포먼스까지 하자 기자들은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깐부회동부터 지포스까지 젠슨 황의 적극적인 소통 행보가 평소 보기 힘들었던 국내 기업 총수들의 소탈한 모습까지 이끌어낸 셈이다.

김희정 산업부 기자

에이펙 CEO 서밋 폐막식 날 주인공도 단연 젠슨 황이었다. 그는 모든 무대에 오르기 전 복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짧게는 5분 길게는 30분가량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젠슨 황이 가는 길목마다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지만 그는 외면하거나 짜증 내지 않고 ‘궁금한 건 다 물어봐’라는 듯 다가왔다. 질의응답 시간이 길어지면 “서밋 연설에 지각하겠다”거나 “비행기 시간이 다 됐다”며 가벼운 농담으로 양해를 구한 뒤 자연스럽게 현장을 빠져나가는 능력도 탁월했다.

말 한마디로 수십조 원의 가치를 움직일 만큼 인공지능(AI)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경영 리더로 손꼽히는 젠슨 황은 에이펙 기간 내내 ‘AI 업계의 제왕’과 ‘이웃 아저씨’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갔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국내 그룹 총수들과 만나서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 공급’이란 통 큰 선물을 한국에 안길 때는 ‘AI 제왕’다웠다. 서울 삼성역 치킨집에서 일반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간식도 나눠주는 모습은 친근한 아저씨 자체였다. 그의 이러한 소통 방식을 두고 매우 이례적이고 독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근함’, ‘개방성’, ‘대규모 비즈니스-정치적 만남’ 측면에서 전에 방한한 세계적 경제인들과 달랐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 등은 과거 방한 시 ‘조용한 행보’로 정책협의나 자선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젠슨 황은 전통적인 비즈니스 외교의 틀을 벗어나 시민·언론과 적극 소통하며 인간적 매력을 극대화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용산 전자상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영업하던 그는 이제 한국의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을 만나 AI 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세계적 경제 리더가 됐다. 단순히 기술 기업의 경영자를 넘어, 대중과 자연스럽게 접촉하고 스스로 이야기의 중심에 서는 그만의 소통 방식이 큰 지렛대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 덕에 엔비디아의 위상과 영향력도 강화된 게 아닐까. 제2의 젠슨 황과 엔비디아를 꿈꾸는 우리 기업인들이 배워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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