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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 가부키 세계…예술혼으로 길을 연 청춘

입력 : 2025-11-17 20:30:00 수정 : 2025-11-17 19:10:00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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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의 ‘국보’ 日 극장가 새역사

개봉 두 달 만에 역대 흥행수입 2위에
재능·순혈로 맞선 두 청년들의 성장기
재일교포 감독이 섬세하게 그린 경계인
日 극장가 넘어 가부키 공연장에도 활기
19일 국내 개봉… 빼곡한 미장센 눈 호강

지난 6월 일본에서 개봉한 이상일 감독의 영화 ‘국보’는 일본 극장가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8월 일본 실사영화 역대 흥행 수입 2위에 오른 데 이어, 이달 10일 기준 관객 1207만명, 흥행 수입 170억엔(약 1601억원)을 돌파했다. ‘춤추는 대수사선 더 무비 2’(173억엔)의 기록을 넘어 일본 실사영화 1위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돌풍은 영화관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코로나19 이후 침체했던 가부키 극장이 ‘국보’의 인기에 힘입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가부키를 소재로 한 영화가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면서, ‘오래된 예술’로 취급되던 가부키 공연장에 새로운 관객층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일본 전역을 뒤흔든 화제작 ‘국보’가 한국에서 19일 개봉한다.

영화가 비추는 가부키계는 철저한 혈연 중심 사회다. 대대로 예명을 세습하며, 가문과 경력에 따라 맡는 배역이 엄격히 구분된다. ‘국보’는 이 폐쇄적인 세계에 외부인이 뛰어들어 벌어지는 50여년의 서사를 그린다.

주인공 ‘키쿠오’(요시자와 료)는 야쿠자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가부키 명문가의 견습생으로 들어가 혹독한 훈련을 견딘다. 그의 곁에는 스승의 외아들이자 태생부터 가부키 스타의 운명을 부여받은 적통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가 있다.

‘피를 갖지 못한 재능’과 ‘재능을 이기지 못하는 피’. 두 청년은 대립과 질투를 넘어 예술의 정점으로 향하는 숭고한 여정에 동행한다. 키쿠오는 마침내 혈통의 벽을 넘어 ‘인간국보’에 오르지만, 궁극의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은 주변을 희생시키는 대가를 치른다. 가부키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도, ‘그림자를 등에 지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예술가’라는 보편적 주제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관객의 감정을 건드린다.

이 영화를 만든 이 감독은 재일교포 3세다. 혈통으로 계승되는 예술 세계 속 핏줄을 타고나지 못한 외부인의 이야기라는 영화의 주제가 감독 자신의 ‘경계인’ 정체성과 맞물리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 감독은 13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혈통과 외부에서 온 인간이라는 영화의 구조는 제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요소와 겹친다”며 “한국 관객들이 이 지점을 잘 느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175분의 러닝타임은 섬세한 미장센으로 빈틈없이 채워졌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촬영한 소피안 엘 파니 촬영감독이 ‘파칭코2’에 이어 다시 이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가부키 배우가 흰 분을 바를 때 얼굴과 목덜미에 감기는 차가운 감촉까지 포착하는 카메라는 인물의 감정을 물리적 질감으로 시각화한다. 가부키 무대의 화려한 롱샷과 극단적 클로즈업, 핸드헬드 촬영이 어우러져 무대 위 배우들의 숨과 땀방울까지 스크린으로 전달된다.

이 감독은 요시자와 료와 요코하마 류세이가 영화 촬영 전 1년 반 이상 가부키 수련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가부키 가문에서 성장해 끝까지 배우로 살아가는 역할인 만큼 손가락 끝, 머리카락 한 올까지 그 설득력이 (배어) 나오지 않으면 영화가 ‘망한다’고 배우들에게 당부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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