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검사·지검장 등 성명, 檢亂 비화
책임 묻지 않으면 개혁 명분 후퇴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의 항소를 포기한 후폭풍이 거세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어제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문답)에서 항소 포기와 관련해 “대검에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됐고, 원론적으로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사실상 항소 포기 과정에서 개입을 인정하는 발언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했던 ‘기계적 항소’ 자제와 이번 사안은 엄연히 다르다. 앞서 법원은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 5명에게 징역 4∼8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전원 항소한 김씨 등은 검찰의 항소 포기에 따른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형량이 높아지지 않는다.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핵심은 배임죄에 있다. 피고인 5명 가운데 3명은 구형보다 낮은 형이 선고됐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 혐의 등은 무죄를 받았다.
‘특경법상 배임’을 줄곧 주장하던 검찰의 항소는 당연했다. 하지만 돌연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법상 업무상 배임으로 탈바꿈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줄곧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부르짖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대장동 재판과 연관된 혐의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법리·사실관계가 명확하거나 구형과 1심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엔 항소를 포기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을 두고 상급심에서 다툴 기회조차 스스로 포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대검에 승인을 요청했는데 대검 지휘부가 제출을 보류한 경위도 석연찮다. 대통령실이 침묵하고 있지만, 윗선과의 교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전국 18개 검사장이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내고 노 직무대행에게 근거와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 검찰부장·차장검사 300여명과 총장 보좌 조직인 검찰연구관까지 가세하면서 검란(檢亂)으로 비화할 모양새다. 민주당이 검찰 반발을 두고 기소 자체를 ‘조작’이라고 한 것도 어불성설이다. 검찰청 폐지에도 잠잠했던 검찰 조직이 분노하는 건 ‘공소유지’라는 검찰 본연의 업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탓이다. 수천억원의 범죄수익 환수를 포기한 건 국민에 대한 배임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 개혁의 명분이 퇴색하지 않으려면 외압 의혹의 전모를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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