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논의가 갈수록 태산이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어제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대 61% 감축하는 안을 심의·의결했다. 앞서 정부가 ‘50∼60% 감축’안과 ‘53∼60% 감축’안을 제시했는데 당정은 그제 더 세진 53∼61% 감축안에 합의했다. 현재 목표인 ‘2030년까지 40% 감축’보다도 13∼21%포인트나 높다. 기후위기 대응은 인류의 생존이 걸린 절박한 과제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혹독한 목표를 감당할 수 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감축안은 ‘장밋빛 선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향후 10년간 과거 6년 동안 감축한 총량(9000만t)의 4∼5배 이상을 늘려야 하는데 우리 경제 체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전력 부문과 수송 부문에서 현행 대비 절반 이상, 산업 부문에서도 4분의 1가량 감축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쇄한다면서도 무탄소 에너지인 원전 확충을 기피한다. 온실가스 50%를 원전으로만 감축할 경우 신규 원전 60기가 필요하다는데 2년째 정지된 고리원전 2호기의 수명연장조차 기약 없이 미뤄지는 판이다.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격이다. 인공지능(AI)시대에 전기수요가 폭주할 텐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충당하는 건 불가능하다.
산업계에서도 비명이 터져 나온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주력 업종의 생산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주요 기업 18곳이 5년간 탄소배출권을 사들이는 비용만 5조원으로 추산(대한상의 조사)된다. 전력소모가 많은 반도체와 내연기관 비중이 높은 자동차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 1, 2위인 중국과 미국은 자국산업을 보호하려 찔끔 감축치를 내놓거나 아예 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유럽연합(EU)도 현실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 우리만 산업 현실과 기업 경쟁력을 외면한 채 과도한 탄소 감축 목표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무리한 탈탄소 과속을 자제하고 긴 호흡으로 실행 가능한 로드맵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합리적인 목표치를 다시 설정하는 게 급선무다. 업종·부문별 정교한 대책과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원전에 중심을 둔 에너지믹스 정책과 기업의 탈탄소 전환 지원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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