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지난 7월 오산 공군기지를 압수수색했다. 윤석열정부 시절 우리 군이 북한을 자극하려고 평양 상공에 드론을 보냈다는 의혹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측에서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었다”며 불만을 터뜨린 모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 25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이 문제를 제기해 하마터면 얼굴을 붉힐 뻔했다. 다행히 이 대통령이 “미군과는 무관하다”고 잘 설명해 그냥 넘어갔다.
오산 기지는 한·미 양국 공군이 함께 사용한다. 그곳에 자리한 주한 미 7공군 사령부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 영공을 지키는 심장부에 해당한다. 7공군 예하에는 51 전투비행단(오산 기지)과 8전투비행단(군산 기지)이 있어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한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군의 제1 타격 목표는 오산 기지 내 7공군 사령부가 될 것이란 가정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미국이 한국 특검팀 관계자들의 오산 기지 출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7공군 사령관(중장)은 한국에 있는 미군 장성 중 주한미군 사령관(육군 대장) 다음으로 높다. 자연히 주한미군 부사령관을 겸한다.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핵심 인물들 가운데 한 명이다. 미군 최고 사령관이자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눈에 띌 일도 많다. 미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때 그를 태운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착륙하는 곳이 바로 오산 기지다. 7공군 사령관의 거수경례를 받는 것으로 미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가 엊그제 7공군 사령관 겸 주한미군 부사령관을 지낸 케네스 윌즈바흐 대장을 미 차기 공군참모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2018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약 2년간 한국에서 복무한 윌즈바흐 장군은 미군의 대표적 지한파 장성으로 꼽힌다. 1963년생으로 이미 60세를 넘겨 곧 은퇴할 것으로 여겨졌는데 “뜻밖의 발탁 인사”라며 미 공군 구성원들도 놀라는 분위기라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 임기 동안 한·미 동맹의 성격과 주한미군의 역할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과 인연이 남다른 윌즈바흐 장군이 많은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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