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김채연, 쇼트 2위 뒤집어
차, 합산 281.69점… 가기야마 꺾어
병역 면제… 올림픽 메달 도전 청신호
김도 완벽 연기로 세계1위 무릎 꿇려
1년 뒤 밀라노에서도 입상 기대감
안중근 의사의 얼이 서린 하얼빈 땅에서 한일전 승리의 쾌거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국 남녀 피겨 스케이팅 싱글 간판 차준환(24·고려대)과 김채연(19·수리고)이 일본 선수들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동반 금메달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피겨 프린스’ 차준환은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9.02점, 예술점수(PCS) 88.58점을 합해 총점 187.60점을 받았다. 전날 열린 쇼트 프로그램 94.09점으로 2위였으나 프리에서 선전을 통해 차준환은 최종 점수 281.69점을 기록했다. 쇼트에서 103.81점을 받았던 ‘아시아 최강’ 가기야마 유마는 이날 프리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168.95점에 그쳐 총점 272.76점으로 차준환에게 대역전극을 허용하며 은메달에 머물렀다. 동메달은 카자흐스탄의 샤이도로프 미카일(246.01점)이 차지했고, 김현겸(한광고)은 발목 통증으로 아쉽게 기권했다. 북한 로영명은 총점 205.16점으로 5위에 자리했다.

앞서 열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김채연이 역전극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김채연은 기술점수(TES) 79.07점, 예술점수(PCS) 68.49점을 합쳐 총점 147.56점을 받았다. 쇼트 프로그램 71.88점을 합한 최종 총점 219.44점으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세계선수권 3연패에 빛나는 강자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211.90점)를 누르고 우승했다. 김채연은 이날 완벽한 경기력으로 자신의 쇼트(71.39점), 프리(139.45점), 총점 최고점(208.47점·이상 종전 점수)을 모두 경신했다. 반면 쇼트에서 75.03점으로 1위에 올랐던 사카모토는 프리스케이팅 후반부 트리플 플립 도중 넘어지는 실수로 136.87점에 그치면서 김채연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동메달은 일본의 요시다 하나(205.20점)가 차지했고, 같은 종목에 출전한 김서영(수리고)은 150.54점으로 7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차준환의 금메달은 한국 남자 피겨 역사상 역대 최초의 동계아시안게임 메달이다. 여자 피겨는 2011 아스타나·알마티의 곽민정(동메달), 2017 삿포로 최다빈(금메달)에 이어 이번 김채연까지 그간 적지 않은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남자 피겨는 금메달은커녕 동메달도 하나 없었으나 차준환이 또 한 번 ‘최초’의 기록을 쓰며 역사를 이뤄냈다.

‘김연아 키즈’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여자 피겨에 비해 남자 피겨는 차준환을 제외하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가 걷는 길에는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2019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 남자 최초의 메달을 시작으로 2022 사대륙선수권 한국 남자 최초 우승, 2023 세계선수권 한국 남자 최초로 메달 획득 등 한국 남자 피겨의 산 역사로 군림하고 있는 차준환이다.
차준환은 지난해 11월 고질적인 발목 부상이 악화돼 2024∼2025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 핀란디아 트로피 대회 기간 중 프리스케이팅을 치르지 못하고 귀국한 바 있다. 발목 관리에 집중한 차준환은 이번 하얼빈에서도 프로그램 난도를 낮추며 모험 대신 안정을 택했고, 그 결과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이번 금메달을 통해 병역 혜택을 받으며 차준환은 1년 앞으로 다가온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위한 동력을 얻었다. 차준환은 갓 주니어 딱지를 떼고 맞이한 2018 평창에서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아 15위에 올랐고, 전성기 기량으로 출전한 2022 베이징에서는 5위로 메달을 놓친 바 있다.
주니어 시절부터 그랑프리 데뷔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될성부른 떡잎’으로 주목받은 김채연 역시 2023~2024시즌부터 합류한 시니어 무대에서도 곧바로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 은메달을 시작으로 지난해 세계선수권 동메달과 사대륙선수권 은메달로 세계랭킹은 3위까지 올랐다. 이제 세계랭킹 1위 사카모토까지 꺾으면서 김채연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메달 전망을 환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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