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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초보 尹 ‘메시지 리스크’… “여의도 문법 적응 힘드네”

, 대선

입력 : 2021-08-03 19:08:00 수정 : 2021-08-03 21: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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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캠프 내부 ‘말조심 경계령’

부정식품·민란·120시간 노동 등
잇단 말 실수에 상대 공격 불러

윤석열 “예시 들어 하다 보니 오해”
민주당 “1일 1망언 행보” 강력 비판

당원들 접촉하며 당심 잡기 매진
중도 성향 채이배 등 지지 철회
당원모집 캠페인 참여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3일 서울 은평구 응암역 앞에서 열린 당원모집 캠페인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잇따른 실언으로 여야 대선 후보들의 집중 난타를 받으면서 캠프 내부에 ‘말조심’ 경계령이 떨어졌다. 달변가인 윤 전 총장의 직설 화법이 진솔한 강점을 갖고 있지만 부적절한 예시가 화를 초래한다며 정치 초보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실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후 당심 잡기 행보를 이어갔지만 중도 성향 인사들의 공개 지지 철회 선언 등 입당 후유증도 계속됐다.

 

윤 전 총장 캠프 총괄부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은 3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의 ‘부정식품’ 발언 논란에 대해 “국무총리까지 하신 이낙연, 정세균 두 분이 부정식품과 불량식품도 구분 못 하고 ‘불량식품을 먹어도 된다’는 식으로 왜곡해 비난한다”며 “불량식품과 부정식품은 다르다. 악의적인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달 매일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돈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선택할 수 있게, 싸게 먹을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한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후보는 전날 “윤 전 총장이 생각하는 국가의 역할은, 없는 사람들에게 부정식품 그 아래 것이라도 선택해서 먹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마다 진의가 왜곡됐다고 하는데 한 번은 실수지만 그다음부턴 아니다”고 말했다.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도 “윤 전 총장의 1일 1망언 행보에 국민들도 고개를 젓는다”고 비판했다.

 

정치 참여 한 달이 조금 지난 윤 전 총장의 발언이 정치권의 논란을 초래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가 초기 확산된 곳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 등의 발언이 ‘왜곡된 노동관’, ‘지역 폄하’라는 공격을 받았다.

 

캠프 내부에서는 “관점과 입장 자체가 아니라 설명하기 위한 예시를 든 발언 중 일부가 오해를 샀다”며 “정제된 표현과 적확한 예시를 쓸 수 있도록 메시지와 공보 라인에서 대응 중”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재선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성중 의원, 윤 전 총장, 송석준 의원, 이만희 의원. 뉴스1

윤 전 총장뿐 아니라 과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정치 참여 직후 에비앙 생수 논란, 지하철 자동발매기에 만원짜리 지폐 두장을 넣은 2만원 논란과 한·일 위안부 협상 관련한 질문에 “나쁜 놈”이라고 표현한 발언과 행보 등이 여론의 악재로 작용하면서 대선 불출마 원인이 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오랜 지인은 “평소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달변가”라며 “기존 화법이 여의도 문법과 맞지 않아서 생기는 초년생의 시행착오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조금 다른데, 아마 설명을 자세히 예시를 들어 하다 보니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것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 많이 유의할 생각”이라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전날에 이어 전·현직 의원, 당원들과 접촉을 이어가며 당심 잡기에 매진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당사를 찾아 서울 강북권 원외 당협위원장, 당 중앙위원회위원장을 맡은 김성태 전 의원 등을 만났다. 성일종·이만희·송석준 등 재선 의원과 오찬을 한 데 이어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서울 은평갑 지역을 찾아 당원 모집 거리 캠페인에도 나섰다.

 

일부 중도 성향 인사들은 윤 전 총장의 ‘집토끼’ 구애에 반발하며 공개적으로 지지를 철회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출신의 채이배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윤 전 총장 측이 자신과 김관영·김성식 전 의원에게 영입을 제안한 사실을 공개하며 “중도 확장을 한다고 하지만 윤 전 총장의 행보는 보수·수구”라며 “출마선언의 ‘공정과 상식’은 없고, 비상식적인 언행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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