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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北 도발은 아베정권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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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06 19:37:16 수정 : 2017-09-06 23: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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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폭주 막을 마법의 주문이라도 있었으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지난 3일 일본 곳곳에서 연출된 이질적인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일본 정부는 정신없이 바빠 보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오전에 이어 심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두 차례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부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이날 아베 총리는 사택과 관저를 두 차례 왕복하고 마지막에는 다시 관저로 가서 머무르며 하루를 마쳤다. 긴급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나 사택으로 자꾸만 돌아가야 하는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 야당 의원은 “총리의 임무는 위기관리”라며 “관저에 상주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관저 옆에는 총리를 위한 ‘공저’가 마련돼 있고, 관저의 집무실과 지하통로로 연결돼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관저에 살면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아 기분전환을 할 수 없다”며 2012년 말 재집권한 이후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도쿄 시부야의 사택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같은 날 일본 왕실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은 아키히토 일왕의 큰손녀 마코 공주가 대학 시절 동급생인 회사원 남성과 약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오후 공동기자회견에 나선 마코 공주와 그 연인은 첫 만남과 사귀게 된 계기, 프러포즈를 했던 상황 등을 수줍은 듯 조심스럽게 얘기하며 여느 젊은 커플처럼 달콤한 향기를 풍겼다. 이들의 모습은 전국으로 생중계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이날 히로시마에서는 집권 자민당의 모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자민당 총무회장은 “히로시마는 아직 인구가 많지만 (인구가 적은) 시마네현에는 북한의 미사일이 떨어져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한의 미사일은 도쿄, 오사카, 미군기지를 노릴 테니 시마네현에 떨어질 리는 없다”며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정밀도가 상당히 높아졌을 테니 다소 안심이 된다”는 말도 했다. 북한이 미국령 괌 주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계획이며 이 미사일이 히로시마, 고치, 시마네현 상공을 통과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을 언급하는 과정이었다. 누구 기분 좋아지라고 한 말이었을까. 야당 의원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는 “무엇이 잘못됐느냐”며 발언 철회 요구를 거부했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이 세 가지 장면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아베정권이 포장하고 싶은 모습, 둘째는 대다수 일본 국민이 바라는 평온한 일상의 모습, 셋째는 아베정권 주요 인사들의 오만한 본모습이 아닐까. 아베정권은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들겠다며 군비 증강과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은 촉진제다. 평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이 반대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은 목적 달성에만 관심이 있을 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은 북한의 도발을 가장 강력하게 비난하는 나라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북한의 도발수위가 높아질수록 아베정권의 야욕에 도움이 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일본이 재무장과 전쟁의 길을 트도록 해서는 안 된다. 못된 지도자가 나타나 그릇된 판단을 하면 전쟁을 일으킬 수 있고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낳게 된다. 일본의 역사가 잘 말해준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북한의 폭주를 제지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북한을 진정시킬 마법의 주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아브라카다브라! 그런데 주문은 누가 외우지?

우상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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