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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KAI 민영화’ 논란,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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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서 질의 쏟아낸 여야
민영화 논란 이슈 치중하느라
체질개선 시급한 현주소 외면
경쟁력 강화 위한 핵심은 놓쳐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2016)에 나온 대사로 이후 유행어가 된 ‘뭣이 중헌디’는 ‘무엇이 중요한데’란 뜻의 전라도 사투리다. 평소 중요한 본질은 놓친 채 엉뚱한 것에 집착하는 경우를 타박할 때 쓰는 표현이다. 지난달 2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한국수출입은행(수은)에 대한 국정감사를 보면서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최대주주인 수은을 상대로 KAI 관련 질의를 한 여야 의원들이 지분 매각 가능성과 우주항공산업 컨설팅 추진 배경 의혹 추궁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이는 몇 개월 전 수은이 18억원 규모의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 용역을 발주하고 KAI 2대 주주인 한화그룹이 지분(15.89%)을 확대하면서 이른바 ‘KAI 민영화’ 논란이 불거진 것과 무관치 않다. 해당 용역의 목적은 국내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제고와 세계적인 우주·항공 앵커기업(특정 산업이나 지역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는 핵심기업) 육성 방안 등을 찾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은 산업부장
이강은 산업부장

하지만 ‘민영화 불가론’을 편 의원들은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 주재의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한화 측이 항공·우주 분야 발전 구상을 발표한 것까지 엮어 ‘정부가 KAI 민영화를 전제로 주문한 용역이 아니냐’는 식으로 따져물었다. 황기연 수은 행장이 “그렇지 않다. 우주산업 발전을 위한 용역이자 현재로선 KAI 매각 계획도 없다”고 답변한 후에야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증인으로 나온 김종출 KAI 사장은 여야의 감싸기에 고무됐는지 “누구나 KAI를 갖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다. 구성원의 동의 없이 지배구조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민영화 저지론에 적극 화답했다.

정말 “뭣이 중헌디”라고 소리치고 싶을 만큼 답답하고 싱거운 국감이었다. 기초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한 KAI의 현주소를 외면한 채 민영화 논란으로 지지고 볶은 탓이다.

1999년 IMF 외환위기 당시 항공산업 구조조정의 하나로 삼성·현대·대우그룹의 항공기 사업 부문을 통합해 세워진 KAI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조사다. 초기 경영난 등으로 대주주가 2006년 산업은행을 거쳐 2016년 수은으로 바뀌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우리 국방과 방위·우주사업 역량 강화에 큰 기여를 해왔다. 전투기(KF-21)·훈련기(T-50)·헬기(수리온)를 개발해 양산하고,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과 정지궤도복합위성(천리안), 군정찰위성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 개발 사업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경영 부실과 재무 건전성 악화로 미래를 선도할 기술 개발 등을 위한 투자 여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예컨대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보면 2023~2025년 연속 적자로 3년간 빠져나간 현금만 2조3000억원이 넘는다. 총차입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올 상반기 기준 3조원 가까이 됐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주요 방산 5개사(KAI·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현대로템)의 2020∼2025년 KAI 매출 증가율 분석 결과 KAI가 30.8%로 꼴찌였다. 나머지 경쟁사 평균(200.9%)에 훨씬 못 미친다.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육군 UH60 헬기 성능 개량 사업에서 대한항공에 밀리는 등 굵직한 수주전에서 잇따라 탈락하는 수모까지 당했다. 오죽하면 당시 안규백 국방장관이 그해 국방부 국감에서 “K방산이 날개를 달았는데 KAI가 제 몫을 못해 굉장히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을까. 우주항공산업 및 경영 전문성과 거리가 먼 대신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임기 3년의 사장 자리를 차지해 온 것도 문제다. 이에 질린 노조가 올 초 김 사장(9대) 선임 반대 성명을 내면서 “KAI는 현재 수주 공백과 전략 혼선, 조직 피로가 누적된 위기 상황”이라며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것은 경영 정상화가 아니라 위기 방치에 가깝다”고 통탄했을 정도다. 최근 몇 년 새 짐을 싸 경쟁 방산업체로 옮기는 전문인력이 적지 않은 이유다.

요컨대 KAI 문제의 핵심은 민영화 찬반 논란이 아니다. 대한민국 우주항공·방위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KAI가 시들지 않고 꽃피울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강은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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