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대체 항로 확보 필요성 속
북극항로 개척 대러 협력 중요시
러 ‘직항편 재개’ 관계 개선 시작
수출 통제 일부 완화도 핵심 카드
북·러 밀착 견제 여지 확대 계기
대러 유럽 공조 이탈 신호 경계도
우크라 대사관 인력 일부도 철수
‘北 포로 송환 공개’ 신경전 지속
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와 관련한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이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 대사관 공관원 일부 철수 등으로 악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새로운 물류망 확보 등을 위해 북극항로 개척에 적극 나서면서 협력 필요성이 커지는 등 경제적 실익이 크고, 러시아와의 밀착을 심화하는 북한을 견제하는 동시에 남북대화를 이끄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러 외교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러시아와 관계도 중요하다”고 밝히는 등 정부의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이재명정부는 지난해 6월 출범 이후 한반도 주변 4강 가운데 미국·중국·일본과 정상외교를 이어왔지만, 러시아와는 정상 간 통화나 외교장관 회담을 하지 않았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이 국제사회와 연대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이에 대해 러시아가 반발하면서 악화된 관계를 개선할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유화 메시지를 밝혀 주목된다. 지난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북극항로 관련 보고를 받은 뒤엔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도 중요하다”고 했다. 같은 날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섰던 팬스타 아크로호의 귀항 환영식에 참석해 국제 규범과 대러 제재 원칙을 준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주요 협력국과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석배 주러시아 대사는 최근 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종식을 전제로 경제협력 재개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대사는 “현대차와 기아는 여전히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현지 복귀를 위한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쟁으로 위축된 양국 경제협력이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다시 활로를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당장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한 분야는 이 대통령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현한 북극항로다. 캐나다 북쪽의 북서항로와 러시아 연안의 북동항로 가운데 정부는 아시아·유럽을 잇는 북동항로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러시아가 관리하는 해역을 지나 항행 허가와 빙해 정보, 필요시 쇄빙선 지원 등을 위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이 노선으로 국내 컨테이너선 최초로 북극항로 왕복 시범운항을 마쳤다. 북극항로의 중요성은 이란 전쟁 장기화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이어 바브엘만데브해협까지 후티 반군의 위협에 노출되면서 에너지 수송과 아시아·유럽 간 물류가 불안해졌다. 중동 해역과 수에즈운하를 거치지 않는 북동항로 상용화를 위해 러시아와 안정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러시아는 직항편 재개를 관계 복원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걸림돌은 대한항공에 부과된 약 124억5000만루블(약 2000억원)의 과징금이다. 러시아 세관은 2021년 화물기가 세관 직인 없이 이륙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매긴 뒤 미납에 따른 추가 과징금까지 부과했다. 대한항공은 추가 처분에도 불복했으나 지난해 10월 상고가 기각됐다. 외교가에서는 양국의 정무적 해법과 함께 제3국행 노선에 러시아를 중간 기착지로 포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수출통제 일부 완화도 관계 개선의 카드로 꼽힌다. 대러 제재 공조를 유지하되 한국이 지정한 비전략물자 중 군사적 전용 위험이 낮은 품목의 통제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 연대의 이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무너졌을 때 러시아가 다음 타깃으로 삼을 곳이 어디냐는 의구심이 유럽 내에서는 상당히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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