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말단 조직원만 잡히고 몸통 ‘먹튀’… 피해액 0.1%도 환수 못해 [심층기획-유인, '공짜 비행기'에 탄 청년]

관련이슈 세계뉴스룸

입력 :
최경림·윤준호·소진영·홍윤지 기자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구글 선호 매체 등록
<하> ‘남는 장사’가 된 범죄

해외사기 피고인 83% 단순조직원
1인당 가담 범죄규모 수천억인데
추징금 0.03% 수준인 6266만원
피해자 배상 신청 98% 각하·기각

범죄수익환수 공조수사 속도 못 내
금세 계좌 ‘깡통’ 되고 돈세탁 끝
檢 폐지로 검사 직접 수사도 못해
법무부, 환수 전담 과 신설안 검토

16만7970원. 지난해 보이스피싱으로 한 피해자에게 4000만원을 뜯어낸 조직원에게 선고된 추징금이다. 피해금액의 0.4% 수준이다. 해당 조직원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정의가 실현된 것일까. 추징은 피고인이 실제 챙겼다는 게 증명된 범죄수익만을 대상으로 한다. 문제는 범죄수익 대부분이 총책이나 관리자급 조직원에게 돌아가는데, 해외 사기범죄로 법정에 서는 피고인 10명 중 8명은 하위 조직원이라는 점이다. 

 

◆평균 피해액 2212억, 추징금은 6266만원

 

21일 판결문 검색 서비스 엘박스(LBox)를 통해 지난해 1월1일부터 올해 4월30일까지 1년4개월간 선고된 해외 사기범죄 관련 ‘범죄단체가입·활동’ 사건 1심 판결문 214건을 수집·분석한 결과, 전체 피고인 380명 중 추징금이 선고된 피고인 214명의 추징금 합계는 134억929만원이었다. 1인당 평균 약 6266만원이다.

 

전체 피고인 중 피해금을 확인할 수 있는 340명을 기준으로 하면 평균적으로 피고인 1명이 가담한 범죄에서 발생한 피해금은 2221억5121만원에 달한다. 한 사건에 여러 명이 연루된 공범 사건의 경우 피고인마다 가담했다고 적시된 범죄 내용을 중복해서 반영해 산출했다. 피고인 한 명이 가담한 사건당 평균 범죄금액과 비교하면 1인당 평균 추징금은 0.03%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전체 피고인 380명 중 317명(83.4%)은 범죄단체의 하위 조직원이었다. 간부급 피고인은 63명(16.6%)이다. 주로 하위 조직원들이 검거돼 재판에 넘겨지는 현실 속에서 범죄수익 대비 추징금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 수익’ 특정도, 배상신청도 험난

 

수사 과정에서 범죄수익을 특정해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계좌에 돈을 입금하는 등 계좌내역이 있다면 근거가 되겠지만, 보통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현금으로 월급을 받았다고 하면 어떻게 찾겠나”라고 되물었다. 은닉된 자금을 확인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조직원을 붙잡아 재판에 넘기더라도 피해자들이 당장 배상받을 확률은 극히 낮다. 피해자의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한 배상명령 제도가 있지만, 범죄단체의 해외 사기 사건 피해자가 배상명령을 신청한 10건 중 9건은 각하됐다.

 

분석 대상 판결문에서 무죄를 받은 4명을 제외한 피고인 376명 중 배상명령 신청이 있었던 192명만 놓고 봐도 182명(94.8%)은 각하, 7명(3.6%)은 기각됐다. 인용은 3명(1.6%)뿐이었다. ‘피고인의 배상책임 유무 또는 그 범위가 명백하지 않다’는 게 주된 각하사유다.

 

검사 출신 이태훈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배상명령 신청은 대부분 각하된다”며 “혼자 한 범행이 아닌데 점조직으로 이뤄진 단체라 누가 어느 정도 피해금에 관여했는지 비율을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3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혜명 사무실에서 대검찰청(공소청의 전신)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 팀장을 지낸 호승진 변호사가 범죄수익 환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13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혜명 사무실에서 대검찰청(공소청의 전신)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 팀장을 지낸 호승진 변호사가 범죄수익 환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돈 되찾기는 ‘시간과 싸움’

 

한 번 국경을 넘은 돈은 되찾기 쉽지 않다.

 

대검찰청(공소청의 전신)에서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 팀장을 지낸 호승진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범죄자’와 ‘범죄 재산’은 달리 취급된다”며 “국경 안에 들어온 돈은 ‘국부’로 여겨져 협조가 잘 안 된다”고 설명했다.

 

범죄수익 환수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사법공조가 이뤄지더라도 그사이 범죄수익이 처분될 가능성이 커서다. 호 변호사는 “해외 기관에서 계좌에 대한 집행 요청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동안 자금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그 사이 계좌는 ‘깡통’이 된다”고 했다.

 

경찰도 범죄수익이 빠져나가기 전 이를 신속히 동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터폴의 ‘아이그립(I-GRIP, Global Rapid Intervention of Payments)’ 이다. 아이그립은 국제 사기 피해가 늘자 인터폴이 새로 만든 제도로, 해외로 송금된 범죄 피해금의 지급을 회원국 간에 빠르게 멈추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만 암호화폐(가상자산)를​ 이용하는 등 자금세탁 방식이 고도화되는 시점에서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정범석 경찰청 국제공조1과 인터폴 공조계장은 “암호화폐 거래소는 기존 은행처럼 국가적 통제가 강하지 않다”며 “아프리카 등 제3국에 있는 경우도 있어 그 나라들과 일일이 공조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나라마다 다른 법과 제도도 속도를 지연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생성형 AI이미지
생성형 AI이미지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형사사법체계 대변혁도 변수로 꼽힌다.

 

공소청법은 검사의 직무에 범죄수익 환수를 규정하고 있지만,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순 없다. 

 

검찰청 폐지 전 범죄수익환수 전담검사를 맡았던 이주형 서울중앙지방공소청(옛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는 “새로운 증거나 범죄수익을 찾는 것도 경찰에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소청은 집행에 집중하면 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수사가 잘돼서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금 액수가 늘어야 집행하는 것도 의미가 생긴다”고 말했다.

 

관련 지적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전담부서 신설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법무부는 그간 국제형사과가 맡은 범죄수익 환수 업무를 전담할 범죄수익환수정책과를 새로 만드는 방안을 행정안전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범인의 사망이나 국외도피 등으로 기소가 어려운 경우에도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몰수제’를 규정한 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3월 보이스피싱으로 6000만원을 잃은 직장인 이재광(29)씨는 “사기를 당한 뒤 3개월 동안 매일 같이 ‘왜 이런 것에 당했을까’ 하며 스스로 자책하는 마음이 컸다”면서 “돈도 돈이지만 지금껏 열심히 일한 시간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내가 멍청했다는 자괴감에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고소한 사건은 중국인 현금수거책이 이미 밀항한 탓에 미제로 종결됐다. 여전히 돈이 되는 범죄, 그에 따른 빚은 피해자가 치르고 있다. 총책들은 지금도 고수익을 미끼로 청년을 범죄로 끌어들이고 있다.


오피니언

포토

권은비, 대학 축제도 섭렵한 워터밤 여신…열기 속에도 빛나는 미모
  • 권은비, 대학 축제도 섭렵한 워터밤 여신…열기 속에도 빛나는 미모
  • 이영애, '건강 이상설' 떨쳐낸 김혜자와 다정 투샷…밝은 모습
  • 엑소 카이 ‘수줍은 미소’
  • 강석우 딸, 블랙 오프숄더 입고 슬림 몸매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