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주춘렬 칼럼] 2000억달러 대미투자의 덫

관련이슈 주춘렬 칼럼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구글 선호 매체 등록
트럼프 ‘韓 알래스카 LNG 투자’ 압박
美 원전 8기 건설도 기회·위험 교차
日 ‘핵잠재력’ 키운 협상 교훈 삼아
경제·안보 아우르는 ‘빅딜’ 나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을 향한 집착이 유별나다. 트럼프는 1기 집권 시절인 2017년 11월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430억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LNG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이 사업은 2년도 채 되지 않아 무산됐다. 비슷한 시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도 알래스카 투자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아베는 민간의 사업 타당성 평가 등 이런저런 핑계로 피해 갔다.

트럼프는 2기 들어 더 독해졌다. 지난해 1월 취임 첫날 알래스카 개발 행정명령에 서명하더니 한 달 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만나 사업 참여를 종용했다. 트럼프는 6개월 후 5500억달러 대미투자를 담은 미·일 관세협상을 타결하면서 일본이 알래스카 개발에 돈을 대기로 합의했다고 공언했다. 사업성을 신중히 검토한다는 일본의 입장과는 거리가 멀고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다.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이번에는 한국이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는 지난주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54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양국이 합의한 2000억달러 대미투자 관련 팩트시트(공식 설명문)에는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됐다. 정부도 투자 여부와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는 아랑곳없이 “(한국이) 합의하지 않으면 (부담을) 두 배로 늘릴 것”, “외국기업이 공장을 짓지 않으면 최대 300%의 관세를 물릴 것”이라며 말폭탄을 쏟아냈다. 트럼프의 과거 행보를 보면 11월 중간선거가 끝나도 폭주가 멈출 것 같지 않다.

1200억달러가 투입되는 미 원전건설도 살얼음판이다. 8기 중 2기가 한국형 원전(APR1400)으로 채워져 종주국인 미국에 한국 원전의 수출길이 열리는 건 의미가 크다. 하지만 미 원전건설은 까다로운 인허가와 공사비 폭증으로 악명이 높다. 2000년대 이후 유일한 대형 원전인 ‘보글(Vogtle) 프로젝트’만 하더라도 사업비가 애초 140억달러에서 368억달러로 2.5배나 늘어났고 완공도 7년이나 늦춰졌다. 시공사였던 웨스팅하우스조차 파산 위기에 몰릴 지경이었다.

정부가 개별사업마다 정산하는 일본과 달리 모든 사업 간 손익을 상쇄하는 ‘우산형 수익배분’을 관철했다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세부협상에서 개별사업마다 독소조항이 없는지 꼼꼼히 따지고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가 아무리 몰아세워도 혈세와 민간자금을 부실사업에 퍼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마냥 뭉개는 게 능사는 아니다. 고비용·고위험 사업인 알래스카 LNG는 상업적 합리성을 따지되 비슷한 처지의 일본 등과 연대해 협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시계를 넓혀 위험을 기회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약 40년 전 일본은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핵연료의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했다. 비핵보유국으로는 유례가 드문 일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엔화를 대폭 절상하는 ‘플라자 합의’를 받아들였고 미국산 우라늄과 기자재 구매 등 고사위기에 처한 미 원전산업계 지원도 마다치 않았다. 그 덕에 현재 일본은 플루토늄을 40t 이상 확보했다. 핵탄두 5000개 이상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인데 수개월 내 핵무기 완성도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도 경제와 산업, 안보를 하나로 묶어 통 큰 거래에 나서야 한다. 미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LNG 사업 등이 속도를 내면 그에 상응해 원자력·에너지·안보역량을 확 키우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소한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을 확보하고 핵추진잠수함 도입도 관철하는 ‘빅딜’은 꼭 성사시켜야 한다. 트럼프도 지난해 11월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했고 양국 정상의 팩트시트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나. 2000억달러가 미국에 건네는 공짜선물로 전락할지, 아니면 국익을 지키는 전략적 투자가 될지는 결국 협상하기 나름이다.


오피니언

포토

  • 장원영, ‘파티걸 모드’
  • 문가영 '이기적인 미모' 감탄
  • 김소현 '완벽한 미모' 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