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김승원 연이은 낙마에
탄원서 논란 끊이지 않자 결단
李 국정쇄신 의지 강조 의도도
靑 ‘3실장 체제’ 전면 손질 전망
정책실장 후보 김성식 등 거론
李지지율 34.8%… 10주 만에 반등
이재명정부 출범 때부터 청와대를 이끌어온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21일 전격 사의 표명에는 최근 확산한 ‘인사 책임론’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김승원 전 법무부·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논란 속 낙마한 데다 김 전 후보자의 성추행 의혹 등이 담긴 탄원서로 정치권에서 여진이 계속되자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탄원서 존재 여부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고, 김 전 후보자 측은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나 과장이 있다고 반박했다. 강 실장이 거취를 던지면서 청와대 참모진 개편론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청와대에 따르면 강 실장은 이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에게 최근 국정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사의를 곧바로 수리하진 않아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는 참석했다. 청와대가 사표 수리 전 비서실장의 사의 표명 사실을 공개하면서 최근 국정 상황에 대한 강 실장의 책임 의지도 분명해졌다.
강 실장은 지난해 6월 이재명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뒤 약 1년3개월간 청와대 총책임자로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뒷받침해 왔다. 1970년대생으로는 처음 대통령 비서실장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를 겸하며 아랍에미리트(UAE), 캐나다, 폴란드 등을 직접 찾아 방산·에너지 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국내 정무와 비서실 관리에 머물지 않고 외교·경제 현안까지 역할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인사 문제에서는 책임론이 반복됐다. 이재명정부는 1기 내각 인선 과정에서 이진숙 전 교육부·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이 낙마한 뒤 인사수석실을 신설하는 등 검증체계를 손질했다. 강 실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가 인사위원장으로서 모든 인사는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2기 개각에서 용 전 후보자와 김 전 후보자가 다시 물러나면서 보강된 검증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둘러싼 비판이 재점화됐다.
특히 김 전 후보자는 여당 주도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까지 채택된 뒤 대통령 재가 전 자진 사퇴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김 전 후보자 거취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이후 추가 의혹 탄원서 보도까지 이어지며 후보자 지명 전 검증뿐 아니라 논란이 불거진 뒤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도 적절했는지가 쟁점으로 남았다.
전격 사의 표명에는 이 대통령의 국정 쇄신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결국 모든 것을 합쳐서 저의 부족 때문”이라며 국민 앞에 낮은 자세를 보이고 “인사시스템을 지금 재점검해 보려 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비서진을 총괄하는 강 실장도 거취를 걸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제원 선임기자
청와대의 대응이 한 박자씩 늦었다는 지적도 강 실장의 부담을 키웠다. 앞서 지난달 30일 개각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은 바꾸면서도 김용범 당시 정책실장은 유임했다가 이틀 뒤 물러났다. 정책 쇄신의 책임 소재와 메시지가 선명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 뒤였다. 인사와 정책 현안에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비서실을 총괄하는 강 실장의 정무적 책임도 누적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주권자 국민들께서 우리 정부를 만든 그 뜻을 다시 한번 새기고 있다”며 “이 시대에 국민들께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더 깊이 고민하고, 더 낮은 자세로 국정을 더욱 세밀하게 다듬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 지지율은 일단 하락세를 멈췄다. 리얼미터가 지난 14∼18일 전국 18세 이상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1.0%포인트 오른 34.8%로 10주 만에 반등했다. 부정 평가는 63.4%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응답률은 4.1%였다.
이달 초 김 전 정책실장이 물러난 데 이어 강 실장까지 사의를 표명하면서 청와대 ‘3실장’ 체제의 변화 가능성도 커졌다. 강 실장의 사의가 수용되면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두 자리가 동시에 공석이 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포함한 3실장 체제 전반을 손볼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공석인 정책실장 후보군으로는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홍성국 전 의원, 윤창렬 전 국무조정실장 등이 오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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