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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돈으로 산 군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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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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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석병권’(杯酒釋兵權). 송나라를 세운 태조 조광윤이 즉위 후 반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공신들을 불러 술을 권하며 병권을 내려놓게 했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군사력을 황제에게 집중시킨 송나라의 기본 통치전략을 상징한다. 대가는 컸다. 사병을 거느리던 군벌(軍閥)은 사라진 반면, 군대는 국가가 고용한 월급쟁이 지휘관 중심으로 운영됐다. 최고 지휘관조차 문관이 맡았다. 군사력의 정치적 위협은 줄었지만 전투력은 약화했다. 외적의 침략을 막지 못하면서 막대한 전쟁 비용을 치러야 했고, 결국 용병에 의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청일전쟁은 또 다른 교훈을 남겼다. 청나라는 양무운동을 통해 서양의 기술과 무기를 받아들이고 당시 아시아 최강으로 평가받던 북양함대를 건설했다. 그러나 일본의 신속한 기동전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막대한 돈을 들여 최신 무기를 사들였지만 이를 뒷받침할 군제 개편과 지휘체계 혁신은 부족했다. 청일전쟁은 본질은 외면한 채 껍데기만 바꾼 군사개혁이 얼마나 허망한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건이다.

석유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832억달러, 우리 돈 약 112조원의 군사비를 썼다. 한국 국방비의 1.7배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비중도 6.5%로 한국의 2.6%보다 훨씬 높다. 미국산 첨단무기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이런데도 일개 무장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 앞에서 쩔쩔매고 있다. 군사 쿠데타를 막고 전제 왕권을 지키기 위해 군사력을 분산시켜 온 것이 오히려 외부 위협에 취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일(현지시간)에는 수도 리야드에 공습경보까지 울렸다. 예멘 내전이 다시 격화한 지난 7월 이후 리야드가 직접적인 공중 위협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후티는 홍해 연안과 바브엘만데브해협 일대 주요 도시를 빠르게 점령하는 동시에 사우디 본토를 겨냥한 공격도 강화하고 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 동서횡단 원유 파이프라인 가동이 중단되는 등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전운이 고조되자 사우디는 주변국과 강대국의 군사적 지원을 끌어들이는 데 골몰하고 있다. 돈으로 산 군사력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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