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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기후변화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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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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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데이터 분석기관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2024년 기준)은 중국이 123억t으로 압도적이고, 미국 49억t, 인도 31억9000만t 순이다. 하지만 과거 배출까지 포함하면 순서가 달라진다. 1750년 산업혁명부터 2024년까지 누적 배출량은 미국이 4350억t으로 가장 많고, 유럽연합(EU·3010억t), 중국(2850억t), 인도(661억t)가 뒤를 잇는다.

2022년 9월 파키스탄에서 기록적인 몬순 폭우로 무려 1500명 넘게 숨졌다. 경제적 손실과 재건 비용도 수백억 달러 규모로 추산됐다. 당시 ‘기후정의’ 논쟁이 불붙었다. 국제앰네스티는 “기후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가들은 보상과 구제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들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한 ‘손실과 피해 기금’을 마련했지만, 재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과거 배출에 따른 법적 책임이나 배상과 직접 연결하는 데 대해선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례 없는 빙하 붕괴 대홍수로 엄청난 피해를 본 네팔의 발렌드라 샤 총리가 2일 소셜미디어에 “이제 우리가 기후변화의 결과로 겪고 있는 재난 문제를 국제사회에 강력하게 제기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네팔 정부는 “우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0.01%에도 못 미친다”며 “중국·미국·인도 등은 네팔과 같은 취약국에 보상할 법적·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도 관련 국가에 발송했다. “원조가 아니라 정의와 책임의 문제”라고 선언하며 ‘기후변화 청구서’를 내민 것이다.

이번 대홍수로 인한 네팔의 재건 비용은 40억~50억달러로 추산된다. 기후변화의 책임이 누구에게, 얼마나 있는지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 국제사법재판소(ICJ) 법정이 열린다고 해도 인과관계, 국제법상 의무 위반 등 규명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이번 청구가 기후재난을 둘러싼 국제사회 논쟁이 ‘누가 지원금을 베풀 것인가’에서 ‘누가 법적 배상 책임을 질 것인가’로 옮겨붙는 분기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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