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에 물어보시는 게 나을 거예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와 마음이 잠시 복잡해졌다. ‘산업부 의견을 물었는데 왜?’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상황은 이랬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위해 국회와 각 부처 간 물밑 조율이 한창이던 6월 말쯤이었다.
2040년, 2045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처음 마련되는 역사적 순간을 앞두고 산업부에 전화 한 통을 걸었다. 산업계를 대변하는 부처로서 어느 정도의 감축 수준이 적절하다고 보는지, 내부에서는 어떤 논의가 오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대답의 요지는 간단했다. 전체적인 조정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맡고 있으니 그쪽의 설명을 듣는 편이 낫다는 것이었다. “산업부는 이미 의견을 기후부에 전달했다”거나 “모든 건 다 기후부가 조정하고 있다”는 답도 돌아왔다.
기후부 소관 법률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러다 밤마다 서로 볏단이라도 날라줄 듯한 우애 좋은 두 부처의 모습에 순간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기후부, 아니 환경부와 산업부는 같은 사안을 놓고 으레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던 관계가 아니던가. 예컨대 산업부가 에너지 정책에 속도를 낼 때면 환경부는 난개발과 산림훼손을 우려해 때때로 제동을 걸며 서로를 견제해왔다.
그런 두 부처 사이의 예민한 균형을 요즘 부쩍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기후부 장관에게 “탈탄소 목표 이행도 중요하지만 산업·균형발전 기회에 부담이 되지 않게 잘 배려해 달라”고 주문할 정도이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평화로운 공존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약 한 달이 흘렀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마침내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와 국회가 합의한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정확한 감축목표는 5년 뒤에나 대통령이 정하고, 공론화 결과와 무관하게 하한선은 일단 탄소를 매년 일정하게 줄이는 수준으로 두며, 이행 여건에 따라 목표를 변경할 수 있고….’ 감축 의지를 담은 법이라기보다 훗날 목표를 지키지 못할 때를 대비한 변명서처럼 읽혔다.
불편한 지점은 기후부 스스로 이러한 중재안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탄소 감축을 총괄하는 장관의 입에서는 “유럽처럼 빠른 속도로 감축목표를 높여가면 좋을 텐데 대한민국 산업 전환의 속도와 기후위기 대응의 속도를 우리가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왔다.
어쨌든 조기감축 방식도 법에 담지 않았냐고? 과거에 만들어진 같은 법 제8조를 보면 2030년까지의 중장기 감축목표는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문자 그대로만 해석하면 목표를 ‘100% 감축’으로 설정하는 일도 가능은 하단 뜻이다. 반면 이번에 합의한 2040년, 2045년 목표에는 각각 80%와 90%의 상한을 뒀다. 조기감축 숫자도 법에 명시하겠다는 이유로 없던 ‘천장’까지 씌운 셈이다.
모로 가든 도로 가든,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은 이달 본회의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합의안에 반발하는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은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지난해 조직개편으로 과거 산업부가 해오던 일부 기능까지 도맡아야 하는 복잡한 심경은 알겠지만 “기후부가 아니라 ‘에너지산업부’ 아니냐”고 비판받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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