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대학이 인공지능(AI)이 기존 언어 학습을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다고 보고 대학 영어 과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AI로 습득하기 어려운 문화 이해와 소통 능력을 기르는 교육과정을 도입한다.
최근 중국 남방도시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선전이공대는 2026년 가을학기부터 신입생 2개 시범반에서 기존 대학 영어 과목을 '문화 간 소통' 과정으로 대체한다. 시범 운영은 2028년 가을학기까지 진행한 뒤 전교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오웨이 선전이공대 교무처장은 AI 기반 실시간 통역 기술이 기존 외국어 교육의 역할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는 영어를 한 단어도 몰라도 상대가 영어로 말하면 내 귀에는 중국어로 들리고, 내가 중국어로 말하면 상대방에게 다른 언어로 전달될 수 있다"며 "외국어를 배우는 일이 하나의 예술이나 개인적인 취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가 언어를 번역할 수는 있어도 문화에 대한 이해와 상황에 맞는 의사소통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고 봤다. 자오 처장은 "전통적인 영어 지식은 AI가 쉽게 대신할 수 있지만 사람 사이의 문화 간 소통과 상황에 맞게 처신하는 능력은 AI가 절대 가르쳐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새 교육과정은 문화 간 소통 읽기·쓰기와 듣기·말하기, 중국 및 외국 문화 고전 강독 등 6학점의 필수과목과 영어문학 작품 강독, 영어 연설·토론, 고급 통역 등 4∼6학점의 선택과목으로 구성된다. 대학 영어 과목이 없어져도 영어 듣기·말하기·읽기·쓰기·번역 교육은 계속 운영하며, 학생들도 대학영어시험(CET-4·6)과 토플·아이엘츠 등에 응시해야 한다.
리지 선전이공대 기초교육부 영어센터 주임은 "없애려는 부분은 AI가 학생을 도울 수 있는 내용"이라며 "AI가 가르칠 수 없거나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은 더 정제된 수업으로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중국에서 문화 간 소통 과정으로 기존 대학 영어 체계를 대체하는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른 중국 대학에서도 외국어 교육을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후난성 대학 외국어 교육 개혁 세미나에서는 언어 능력과 문화 간 소통, 비판적 사고, AI 활용 소양을 결합한 교육 방식이 제안됐다. 중국 펑파이뉴스는 시안교통대가 지난 2023년 9월부터 CET-4·6 등 영어시험의 응시 여부와 성적을 졸업 및 학사학위 수여 조건에서 제외했다고 전했다. 다만 영어 과목이나 시험 자체를 폐지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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