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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머리 만지면 화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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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의사소통에서 메시지 전달은 언어, 억양, 몸짓 등으로 이루어진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에 따르면, 인간의 메시지 전달은 여러 요소로 이루어지는데, 언어적 요소(words)가 7%, 청각적 요소(tone)가 38%, 시각적 요소(body)가 55%를 차지한다. 이는 메시지 전달에서 몸짓의 비중이 상당히 큼을 의미한다.

인간의 몸짓 중 하나는 머리 쓰다듬기이다. 이 몸짓은 사랑, 칭찬, 위로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 일상적인 몸짓도 민족이나 문화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한국에서 부모가 자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나 연인끼리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 동작은 성인 남성 간에는 드물지만, 선배가 후배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성인 간의 머리 쓰다듬기는 예의에 어긋나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로 여겨진다.

두 나라의 이런 작은 차이는 심각한 오해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몇 년 전 경북 포항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한 중국인이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었는데, 그 발단은 머리 쓰다듬기였다. 이 중국인은 전날 밤 한 나이트클럽에서 어떤 한국인을 처음 만났다. 옆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졌고 술을 몇 잔 주고받았다. 분위기가 좋아지자, 한국인은 “그럼 내가 형뻘이네”라고 말하며 중국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중국인은 버럭 화를 내며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한국인에게 주먹을 날렸다. 친근감을 나타내는 행위가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장한업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장한업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필자는 성결대 중문과 정전휘 교수에게 이 사건에 대해서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정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에서는 ‘남자는 머리를 만지지 말고, 여자는 허리를 만지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이것은 남자의 머리는 신분과 관련된 부위이고 여자의 허리는 정절과 관련된 부위여서 그렇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남자의 머리를 만지지 않는 것은 2000년 전 주나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남자들은 성인이 되면 모자를 썼는데 이때부터 머리는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런 관행은 진·한 시대에 “몸, 머리카락, 피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로 이어졌고 머리는 만지면 안 되는 부위로 여겨졌다. 명·청 시대에는 거리나 시장에서 상대방의 머리를 건드리면 싸움을 거는 행위로 여겨졌다. 이런 역사적 관행이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해석은 중국인들은 머리는 하늘을 향해 있어서 귀한 부분이고 발은 땅을 딛고 있어서 천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중국인들은 당연히 자기 머리를 만지는 것을 무척 싫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록 친밀감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성인들 사이에는 이런 행동은 삼가는 게 좋다. 만약 본의 아니게 상대방의 머리를 만졌다면 즉시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중국인도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그것은 한국에서는 선후배 문화가 여전히 매우 강해서 선배가 후배의 머리를 쓰다듬는 일이 중국에서만큼 나쁘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양국 사람들이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걸음씩만 뒤로 물러난다면 위에서와 같은 오해나 갈등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장한업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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