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안경인 ‘AI(인공지능) 글라스’는 초소형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가 내장됐고 생성형 AI 기능이 결합된 웨어러블 기기다. 사물·글자·장면 등 특정 대상을 카메라로 비추면 AI가 이를 인식하고 분석해 안경 렌즈(디스플레이)나 내장 스피커를 통해 관련 정보를 알려준다. 시험 때 안경을 쓰면 문제의 답이나 힌트가 실시간으로 눈앞에 뜨는 것이다. 지난 4월 홍콩과학기술대학교 연구진이 AI 탑재 안경을 활용한 실험을 한 결과, 착용자의 평균 점수는 92.5점이었다. 전체 평균(72점)보다 크게 높았다. 안경의 효과가 실험으로 확인된 셈이다.
2024년 일본 명문 와세다 대학 입시에서 한 응시자가 AI 글라스로 문제를 촬영해 지인들에게 전송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답을 받다가 적발돼 큰 충격을 줬다. 지난해에는 스마트 안경과 소형 마이크를 활용한 조직적 토익(TOEIC) 대리시험 사건이 적발돼 수백명의 성적이 무효 처리됐다. 중국은 AI 글라스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급속히 확산하자 당국이 대입·공무원 시험 등에서 스마트 글라스 착용을 금지했다. 미국도 지난 3월부터 AI 글라스를 대입 시험장 반입 금지 품목에 포함시켰다.
지난달 국내에서 치러진 토익시험에서 AI 글라스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두 차례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시험 시작 전 글라스 착용을 수상하게 여긴 감독관에게 적발됐다고 한다. 공인어학시험에서 AI 글라스를 활용한 커닝 시도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 지난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서 비대면 시험 중 생성형 AI를 활용한 커닝으로 사회문제가 됐는데, 이제 AI 기기를 활용한 부정행위로 확산한 것이다. 스마트 글라스 등 AI 기기 보급이 일상화하면서 유사 사례가 늘어날 것이 뻔하다.
AI 발전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기 어렵고, 웨어러블과 AI가 결합할수록 부정행위 적발은 더 힘들다. 공인시험 관리 체계 역시 새로운 기술 환경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공인어학시험뿐 아니라 수능 등 국가시험에서도 AI 기기 활용 부정행위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 이젠 각종 시험 관리기관들이 출제 방식, 시험 환경, 신원 인증, AI 도구 허용 범위 등을 전면 재설계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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