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로다주’는 있는데 ‘홍길동 주니어’는 없다…한국에선 찾기 힘든 ‘부모 이름 물려주기’

관련이슈 이슈플러스

입력 :
손유나 인턴기자 sonyuna@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한국은 ‘피하고’ 서양은 ‘물려받고’…부모 이름에 얽힌 두 시선
서열을 지키는 ‘항렬자’ 문화 vs 가업을 잇는 ‘Jr.’ 문화
서양은 자녀에게 부모 이름을 물려주며 ‘Sr.’, ‘Jr.’, ‘Ⅲ’ 등으로 구분하는 반면, 한국은 제약이 따른다. 여기에는 한국 특유의 ‘항렬자’와 ‘피휘’ 문화가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서양은 자녀에게 부모 이름을 물려주며 ‘Sr.’, ‘Jr.’, ‘Ⅲ’ 등으로 구분하는 반면, 한국은 제약이 따른다. 여기에는 한국 특유의 ‘항렬자’와 ‘피휘’ 문화가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자식이 태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고민이 있다. 바로 ‘이름짓기’다. 이때 사랑하는 배우자를 닮아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녀의 이름을 배우자와 똑같이 짓고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출생신고는 국내 행정기관에서 수리되지 않는다. 가족관계등록법상 이미 등재된 가족과 동일한 이름을 신고할 수 없어서다. 미국 인기 영화 아이언맨의 주연이자 국내 팬 사이에서 ‘로다주’라고도 불리는 미국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는 아버지이자 미국 영화 감독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Robert Downey Sr.)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이렇듯 서양에서는 가능한 ‘부모 이름 물려주기’가 한국에서 어려운 배경은 무엇일까.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왼쪽)와 그의 아버지인 영화감독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연합뉴스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왼쪽)와 그의 아버지인 영화감독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서양 문화권과 달리 ‘항렬자’ 문화가 있다. 항렬자는 같은 혈족(가문) 내에서 형제자매는 물론, 같은 세대에 속하는 친척들이 이름 세 글자 중 한 글자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본래 친형제 사이에서만 같은 글자를 공유하던 ‘돌림자’에서 유래했는데 조선 중기 이후 예학이 발달하면서 그 범위가 확대됐다. 각 성씨에서 미리 정해둔 항렬자를 순환하며 사용한다. 이에 따라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항렬자는 반드시 다르게 지정된다. 세대마다 이름의 한 글자도 반드시 바뀌기에 항렬자 문화를 따른다면 ‘부모 이름 물려주기’가 문화적·구조적으로 어렵다. 

 

한자문화권 특유의 ‘피휘(避諱)’ 문화도 부모·자녀 사이 같은 이름을 쓰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꺼리고 피하다’라는 의미인 피휘는 임금, 성인(聖人), 조상의 이름에 쓰인 글자를 사용하지 않는 관습이다. 중국에서 시작해 국내에서는 고려 태조 시기부터 성행했다. 현대에 이르러 피휘 문화는 옅어졌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다. 가정 내 자녀 이름으로 부모가 사용한 한자를 쓰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일상에서 부모의 성명을 언급할 때 글자마다 ‘자(字)’를 붙여 부르는 관습도 여기서 유래했다. 예컨대 부모의 이름이 ‘홍길동’일 경우 ‘홍, 길 자, 동 자’라고 조심스럽게 표현한다. 온전히 피휘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닐지라도 존중과 공경의 마음을 담아 이름 부르기를 피한다는 점에서 과거 피휘 문화의 잔재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서양은 부모의 이름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전통이 깊다. 주로 아버지가 장남에게 물려주며 이름 끝에 부모는 ‘Sr.(시니어)’, 자녀는 ‘Jr.(주니어)’를 붙여 구분하는 식이다. 대물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만약 ‘Jr.’가 자식을 낳아 또 이름을 물려준다면 이름 뒤에 ‘Ⅲ’ 같은 로마 숫자가 추가된다.

 

좌측 사진은 미국 기업인 겸 정치인 도널드 존 트럼프 주니어(왼쪽)와 그에게 이름을 물려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우측 사진은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아들 도널드 존 트럼프 3세. 연합뉴스
좌측 사진은 미국 기업인 겸 정치인 도널드 존 트럼프 주니어(왼쪽)와 그에게 이름을 물려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우측 사진은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아들 도널드 존 트럼프 3세.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집안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성명은 도널드 존 트럼프(Donald John Trump)인데 그는 장남에게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주었다. 이에 따라 장남의 이름은 도널드 존 트럼프 주니어(Donald John Trump Jr.)가 됐다. 주니어도 자신의 장남에게 도널드 존 트럼프 3세(Donald John Trump Ⅲ)라는 이름을 대물림했다. 같은 이름을 쓰면 일상에서 혼선을 피하기 위해 각 대를 구분하는 애칭을 활용한다. 트럼프 가문에서 1대는 도널드(Donald), 2대는 돈(Don), 3대는 도니(Donnie)라고 나누어 부르는 점이 그 예시다. 

 

서양에서 자녀에게 부모의 이름을 붙이는 전통은 수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19세기 당시 많은 가문들이 복잡한 사회적·법적 관계 속에서 부계 혈통을 증명하고 유지하고자 했다. 이때 자녀가 ‘Jr.’라는 이름을 받았다면, 이는 가업 승계·상속권 같은 가문이 부여한 특권과 기대감을 반영한다. ‘Jr.’는 살아있는 아버지에게서만 직접 부여받을 수 있어서다. 비슷한 의미라 볼 수 있는 ‘Ⅱ’는 아버지가 아닌 조부나 친척의 이름을 물려받을 때 사용한다. 이처럼 부모를 향한 존경의 의미가 담긴 이 전통은 가문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에 뿌리내렸다. 다만 현대사회로 접어들어 전통적 색채가 옅어지면서, 최근에는 자녀를 향한 유대감과 애정을 표현하는 모습으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 

 

결국 한국과 서양 모두 형태만 차이가 있을 뿐, 가정을 위하는 좋은 의도에서 시작됐다. 한국은 항렬자와 피를 통해 윗세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자 했고 서양은 ‘Jr.’라는 표현으로 가문의 전통을 이어가고자 했다. 바라보는 시선은 정반대일지라도 그 바탕에 흐르는 가족을 향한 애정의 깊이는 다르지 않다. 


오피니언

포토

송혜교, 인형 같은 미모
  • 송혜교, 인형 같은 미모
  • 제니, 개미 허리 드러낸 파격 무대의상
  • 신민아, 보석보다 빛나는 비주얼
  • 설현, 청춘 만화 속 비주얼…잘록 허리에 완벽 몸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