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부정선거로 연결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곤란하네요.”
6일 오후 6시쯤 서울 송파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부근에서 열린 재선거 시위에 참가한 윤종호(24)씨와 대화를 나누던 중 인파가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온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미국 리버티대 교수의 모습을 환영하고 있었다. 윤씨는 “부정선거에 대해 예스(yes)냐, 노(no)냐를 물으면 노(no)”라고 선을 그었다. 윤씨는 “제 친구도 선거장에서 투표용지를 2장씩 받았다고 하더라. 투표 현장에서 분명히 흠결은 있었고, 결코 작게 넘길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재선거 구호와 부정선거 구호는 구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의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주말 내내 경기장을 찾아 재선거를 요구했다. 특히 투표권 행사가 가로막혔다고 느낀 2030세대가 중심에 나섰다. 그동안 많은 시위현장을 취재했지만, 이번 풍경은 사뭇 달랐다. 시민들은 일관되게 ‘재선거’를 외쳤고, 누군가 ‘부정선거’를 꺼내면 주변에서 제지하는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윤씨는 현장에 ‘자정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까도 부정선거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려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건 아니라며 다시 잦아들었다”며 “재선거 중심의 구호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경험한 것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 사이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부정선거를 함께 외쳐야 한다’, ‘민주노총과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개입하고 있다’는 글이 퍼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온라인에서 대진연 소속으로 지목되면서 심리적 고통과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재선거 요구와 부정선거 주장은 출발점이 다르다. 재선거가 ‘제도’의 흠결을 바로잡자는 요구라면, 부정선거는 특정 세력이 ‘의도’를 갖고 선거를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논의의 초점이 의도로 옮겨지는 순간, 공론장은 음모론과 뒤섞이고 특정 집단을 향한 불신만 남는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과 준비 부족이다. 이에 대한 분노가 ‘부정선거론’과 결합하는 순간 문제의 본질은 흐려지고 해결은 요원해질 뿐이다. 우린 이미 지난 비상계엄 국면에서 ‘선관위 중국인 간첩 체포’ 보도가 어떻게 공론장을 오염시켰는지를 경험했다. 선관위 개혁과 제도 보완을 향한 목소리가 음모론의 연료로 소모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윤씨와 헤어지기 전, 그는 이번 사건이 정치적 양극화 해소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조심스레 꺼냈다. “좌우 상관없이 일종의 공동의 적이 생긴 셈이니까요. 공통된 정치경험을 가졌다는 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땔감이 되지 않을까요.” 그의 말마따나 정치권이 이번 사태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제도 개선에 집중한다면, 오랫동안 수많은 갈등과 비용을 초래해 온 ‘부정선거’ 담론도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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