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전 지지대 설치 안 해
철거공사 안전기준 재점검 시급
그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져 현장소장·감리단장 등 공사 관계자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은 다리 아래로 일반 도로와 KTX 철로가 교차하는 도심의 핵심 구간이다. 출퇴근 시 차량으로 붐비던 곳이라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2021년 광주광역시 재개발 사업지 철거 빌딩 붕괴로 정차 중이던 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도 재발 방지와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인재’를 반복할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966년 준공된 서소문 고가차도는 정밀안전진단에서 ‘안전성 미달’에 해당하는 D등급을 받았다. 2019년 교각 콘크리트 탈락, 2021년 바닥판 붕괴, 2024년 보 손상 등 수시로 안전문제가 불거졌다. 오죽하면 인근 주민들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말을 했겠나. 구조적 취약성이 있는 시설인 만큼 철거 과정은 일반 건설 공사보다 훨씬 엄격한 위험 예측과 통제 아래 이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시공사 등이 시설물의 노후 정도를 과소평가하고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경찰은 철거 과정에서 공정상 부실은 없었는지 철저하게 수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후진국형 인재(人災)라는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새벽에 고가도로 절단작업을 하다 단차가 생겨 일부가 주저앉아 공사를 중단했는데도 제대로 된 안전조치 없이 작업을 이어갔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관리소장과 감리단장조차 변을 당했다는 사실이 허술한 안전의식을 상징한다. 안전진단에 나서기 전 하부 지지대 설치, 추락방지용 안전대 착용 등 별도의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위험이 예고됐는데도 무리하게 작업을 한 것은 아닌지, 현장 통제는 규정대로 됐는지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도심의 노후 시설 철거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위험 철거공사의 안전기준과 현장 감리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전국 각지의 주요 구조물 철거공사도 긴급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 등 서울시장 후보들은 유세를 중단하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선거보다 시민의 안전이 우선인 것은 당연하다. 정치인들이 이번 참사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행태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책임 공방 대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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