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율 못 채우면 재활용부과금
정부가 폐의류에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내 의류 재활용체계 부족 등을 이유로 제도 도입에 신중했던 기존 입장을 바꾸고, 유럽연합(EU)의 섬유·신발 생산자 책임 강화 흐름에 맞춰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2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폐의류를 EPR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포함해 국내 의류 전주기 관리체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폐의류 EPR 적용 가능성을 따져보고 기존에 국회에 발의된 자원재활용법(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분석해 제도 운영에 필요한 시행령 개정안까지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EU는 에코디자인 규정의 우선 적용 품목으로 섬유(의류 중심)를 선정했고, 폐의류에 대해서도 EPR 의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제 관련 제도 도입을 검토할 시기가 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PR 제도는 제품·포장재를 만든 기업이나 수입업체가 폐기물 회수재활용 책임을 지도록 한 제도다. 폐의류가 EPR 대상에 포함되면 의류 생산·수입업체는 재활용 의무 이행을 위한 분담금을 내야 하고, 재활용 목표율을 채우지 못할 경우 재활용부과금도 부담하게 된다. 최근 EU는 폐기물기본지침을 개정해 회원국들이 2028년 4월부터 섬유·신발 제품에 대한 EPR 제도를 구축하도록 의무화했다.
우리나라는 매년 60만t이 넘는 의류 폐기물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폐의류·폐섬유류 발생량은 2020년 58만5763t에서 2023년 63만3870t으로 3년 새 8.2%(4만8107) 늘었다. 그중 70% 이상은 소각·매립되고, 일부는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폐의류는 EPR 대상도,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도 아니어서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회에는 폐의류 EPR 도입을 골자로 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 안)이 발의돼 있다. 다만 그동안 기후부는 법안 검토 과정에 제도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국내 섬유패션업계의 88%가 10인 미만 영세기업인 데다, 폐의류를 안정적으로 선별·재활용할 수 있는 국내 기반도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기후부는 우선 경찰복·군복 등 공공 부문에서 폐의류 순환 모델을 시험한 뒤, 이를 단계적으로 민간 의류까지 확대해 EPR 도입에 필요한 회수·재활용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부터 기후부는 단순 소각되던 경찰복을 수거해 재생 폴리에스터를 추출하는 등 순환이용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향후 군복 등으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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