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산업 성과 분배 고심 깊어져
대기업 노조의 이기적인 파업
‘노동의 종말’ 더 가속화할 수도
삼성전자 노조 파업은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중 가장 불편한 것은 아마도 반도체 호황 속에 나온 역대급 성과가 누구의 몫이냐는 문제 같다. 국민 10명 중 7명이 파업에 반대하는 것도 단순히 수억원대 성과급 소식에 배 아파서만은 아니다. 그 성과가 노조의 노력만으로 이룬 성벽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와 반도체 생태계를 떠받치는 중소기업, 연구인력 등 수많은 이들의 노동과 기술이 오랜시간 함께 축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정부 역시 세금 감면해 주고(K칩스법), 전력·용수 깔아 산업단지 만들어 주고(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금융 지원해 주고(국민성장펀드 첨단전략산업기금), 인력 양성(반도체학과 계약학과 및 석박사 대학원 확대)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줬다고 할 만하다. 온 사회가 비용과 리스크를 분담하며 밀어올린 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이는 ‘AI(인공지능) 시대의 폭발적인 초과이익은 누구의 몫인가’라는 분배 문제로 귀결된다.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꺼낸 ‘국민배당금’ 논란도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문제는 AI가 주도하는 기술 변혁이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AI 수요 폭발 덕분에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최고 3%까지 올라갔고, 경상수지는 역대 두 번째로 긴 36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청년 고용률은 2024년 2월 이후 24개월째 하락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간 하락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한 것이다. 반도체 산업이 고숙련 소수 인력 중심의 자동화 구조여서 낙수효과가 미미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노조의 이기적인 파업은 ‘노동의 종말’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파업 리스크에 직면한 기업들은 인간 노동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동화와 AI 전환을 서두를 명분을 얻었다. 대기업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내들 때마다 로봇회사의 주가가 급등하는 이유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투자 확대와 동시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지난달 메타(Meta)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같은 날 합산 약 2만명을 해고하는 등 2026년 들어 미국 테크 업계에서 하루 평균 870명이 해고되고 있다고 한다. 노동의 연대와 상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인데, 삼성전자 노조는 연대는커녕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를 두고 노노(勞勞)갈등마저 노출하며 여론의 외면을 자초했다.
삼성전자 노조 파업은 단순한 임금 협상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AI 산업의 성과를 사회와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노동이 아닌 기술과 자본이 부의 중심이 되는 시대에 사회안전망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 등이 일찌감치 ‘AI 기본소득’을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범용인공지능(AGI)이 인간의 노동을 완벽히 대체하면 인간은 더 이상 일자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없으니 AI가 벌어들인 막대한 부를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 형태로 분배해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재정 부담, 도덕적 해이, 형평성 같은 현실적 한계가 적지 않다.
샘 올트먼도 직접 저소득층에게 매달 1000달러를 조건 없이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UBI)을 실험했다가 사실상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매월 1000달러를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류 전체가 AI가 만들어낼 거대한 상승 가치(지분)를 직접 나누어 가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현금을 나눠 주는 선심성 복지보다는 AI 연산 능력(컴퓨팅 파워)에 대한 접근 권한을 나누어 주거나, AI 기업의 성장에 따른 배당 시스템을 더 촘촘하게 구축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단순한 분배보다는 소유와 공유의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거대한 전환기의 중심에서 우리도 AI가 만들어낸 과실과 위협을 어떻게 분배·분담할지 고민해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에 이념이나 진영 논리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 이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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