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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운동회, 어른들이 뺏어도 되나요 [서아람의 변호사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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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민원에 경찰 업무 차질
일시적 소음, 처벌 대상 아냐
되레 아이 미래교육·건강 저해
사회가 ‘뛰놀 권리’ 지켜줘야

“초중고교 운동회 관련 신고에는 출동을 자제하라.”

지난주 경찰청에서 전국 시도 경찰서에 내린 새로운 지침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봄 시즌을 맞아 전국 각지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운동회나 체육대회가 열리자, 시끄러우니 경찰이 가서 제지해 달라는 민원이 쏟아져 일선 경찰들의 업무가 방해될 지경이 되었던 겁니다. 에이, 누가 그렇게 각박한 신고를 진짜로 하겠냐고요? 놀랍게도 작년 한 해만 350건이나 되는 신고가 들어왔고, 그때마다 경찰관이 출동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350건 중 다수가 ‘반복 신고’에 해당했다고도 합니다. 112가 아닌 시도교육청에도 수십 건의 민원이 접수되었고, 그 증가율이 무려 600%에 달한다고 하니, 그저 웃어넘기기엔 사안이 꽤 무겁습니다.

 

서아람 변호사
서아람 변호사

실제로 운동회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공권력에 의해 규제되어야 할 수준일까요? 소음에 대한 관리를 규정한 현행법은 두 가지인데, 바로 소음진동관리법과 경범죄처벌법입니다. 소음진동관리법은 행정법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측정 기준과 행정 조치를 두고 있지만, 경범죄처벌법은 상당히 추상적인 조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소음진동관리법부터 보면, 생활 소음 규제 기준은 일반적으로 주거지역 기준 주간 약 65㏈ 전후, 야간 약 50~55㏈ 전후로 되어 있습니다. 공사장 소음은 주간 65~70㏈ 정도부터가 규제를 받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저 규제 수준은 의외로 엄격한 수준입니다. 일반적인 주택가의 일상 소음도 측정하면 보통 40㏈ 정도는 충분히 나오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떠드는 일반 교실의 소음은 약 50~60㏈가량, 만일 수백 명의 학생들이 모여서 응원하고 활동하는 운동장이라고 한다면 80~90㏈까지도 거뜬히 나올 수 있습니다. 만일 계주에서 극적인 역전이라도 이루어져서 전교생이 한꺼번에 소리를 지르기라도 한다면 100㏈을 찍을지도 모르지요. 아이들은 기운이 넘치니까 말입니다. 즉,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보면 운동회라는 행사는 소음진동관리법의 규제를 받을 수 있는 영역에 들어가긴 합니다.

다만, 소음진동관리법의 주된 적용 대상은 공사장, 사업장, 기계 장비 같은 반복적, 지속적, 업무적 소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학교 운동회와 같은 일시적 행사나 교육활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종종 운동회에서 스피커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환경부가 마련한 지침에 따르면, 공공장소 공연용 스피커는 이동소음원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고, 지자체가 규제 지역 지정 및 사용 제한을 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규제해야 한다거나, 그에 대해 전국적으로 통일된 제재 기준이 있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처벌이 가능한 경범죄처벌법은 어떨까요? 경범죄처벌법은 ㏈로 처벌 기준을 정하진 않습니다. 대신, 제3조 제1항 제21호에 인근 소란 처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즉, 악기, 라디오, 텔레비전, 전축, 종, 확성기, 전동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 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통고처분으로 처리될 경우 통상 3만원 범칙금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운동회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서 이른바 ‘딱지’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일까요? 운동회 함성이나 확성기 소리는 분명히 ‘큰소리로’ ‘이웃을 시끄럽게’ 하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경범죄처벌법은 제2조에서 예외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즉, 적용할 때 국민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되고,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다른 목적을 위해 적용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판례는, 인근 소란 해당 여부는 시기, 장소, 대상자, 행위 내용과 방법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야간이 아닌 주간에, 상시가 아닌 1년에 1~2회 정도 교육 행사의 목적으로 발생하는 일시적인 응원, 함성, 방송, 음악 소리는 ‘인근소란’으로 해석되지는 않습니다.

‘초품아’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학교와 바로 붙어 있는 아파트의 소음 피해가 심각해진다고요? 그래봤자 일 년에 두 번입니다. 그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잦은 민원으로 인해 위축되는 교육활동과 그로 인해 직접적으로 저해되는 미래 세대의 건강입니다. 일선 학교 중 많은 곳이 민원 우려 때문에 운동회를 학년별로 나누어 소규모로 개최하거나, 아예 열지 않거나, 심지어 운동장에서의 활동 자체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6189곳 가운데 312곳, 전체의 5%가 점심시간과 방과후 시간대에 축구와 야구 등 구기 종목을 전면 금지했다고 합니다. 이런 제한은 도심일수록 더 가혹합니다. 서울은 초등학교 6곳 중 1곳꼴인 16.7%가 운동장 신체활동을 제약하고 있고, 부산은 초등학교 3곳 중 1곳 이상인 34.7%가 아이들의 뛰노는 환경을 막고 있습니다. 급식을 해치우고 나면 곧바로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신나게 땀 흘리며 공을 차고 달리던 기성세대의 추억은 까마득한 옛이야기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헬스장에 다니면서 PT를 받거나, 강변에서 러닝을 하거나, 커뮤니티 센터에서 줌바 댄스를 출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운동장이 최고입니다. 지나치게 과도한 학업량과 사교육 부담을 지고 있는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밖에서 뛰어노는 것까지 금지하는 게 과연 옳은 조치일까요? 단순히 어른들이 듣기 시끄럽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줄다리기, 릴레이, 콩주머니 던지기, 엄마가 싸준 김밥으로 이루어진 운동회의 추억은, 다음 세대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소중한 문화입니다. 화창한 봄날, 활기찬 아이들의 함성을 웃으며 들을 수 있는 좀 더 너그러운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서아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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