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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호르무즈서 첫 무력 사용… 종전협상 압박 ‘위험한 도박’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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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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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만료 앞두고 美·이란 충돌

WSJ “트럼프 용인 아래 발포·나포”
강경파 자극해 종전협상 불발 우려
이란 “해적행위… 美군함 공격” 주장
불법 논란에도 통행료 징수법 준비

韓원유 100만배럴 실은 몰타 선박
지난주 호르무즈 통과 국내 이동 중

종전 협상을 앞두고 벌어진 미군의 이란 선박 나포가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긴장감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가 급격히 흔들리며 종전 대신 다시 양측의 대립 격화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중부사령부는 중국을 출항해 이란 반다르아바스로 향하던 화물선 투스카호를 함포 사격한 뒤 나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응해 ‘역봉쇄’를 선언한 뒤 직접 무력을 사용한 사례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군은 그동안은 경고방송 등으로 이란 선박을 돌려보냈으나 무력은 동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선박 요격 후 로프 타고 진입 미 해군 구축함 USS 스프루언스호가 19일(현지시간) 오만만 인근에서 이란 국적의 화물선 투스카호를 요격하고 있다. 중부사령부 제공
이란 선박 요격 후 로프 타고 진입 미 해군 구축함 USS 스프루언스호가 19일(현지시간) 오만만 인근에서 이란 국적의 화물선 투스카호를 요격하고 있다. 중부사령부 제공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이 며칠 내로 호르무즈해협과 인근 공해상에서 이란과 연계된 선박을 나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매체는 해당 작전이 종전 협정 타결을 위한 압박의 일환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용인 아래 준비되고 있다고 전했다. 휴전 만료를 앞두고 이란에 대한 압박을 끌어올려 핵 포기 등 최대한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나포라는 무력수단까지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이란 강경파를 자극해 오히려 갈등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란은 즉각 반발하며 이날 행위를 휴전 위반으로 규정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의 하탐 알안비야 대변인은 이란 혁명수비대에 연계된 반관영 타스님 통신에 “우리는 미군에 의한 무장 해적 행위에 곧 대응하고 보복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자국 화물선 나포에 대응해 미군 군함에 무인항공기(UAV) 공격을 단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휴전 중 상대 국가 상선과 군함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며 종전협상의 진전 가능성은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22일을 협상의 최종시한으로 제시하고 이때까지 종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휴전을 연장하지 않고 공습을 재개할 수 있다고 ‘최후통첩’을 한 바 있다. 합의를 위한 ‘초시계’가 숨가쁘게 돌아가던 상황에서 발생한 충돌로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의 해상 봉쇄가 계속되는 한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지속해온 이란으로서는 미국에 대한 불신이 한층 짙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 내부의 대표적 온건파로 꼽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조차 이날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해상 봉쇄를 두고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키운다”며 “미국이 과거의 전철을 밟아 외교를 배신하려 한다는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통제법의 정식 시행까지 준비 중이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휘관 출신인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통행권이 “우리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며 “환경, 해상안전, 국가안보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헌법 제110조에 기반한 호르무즈해협 통제를 위한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으며, 군이 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선박 요격 후 로프 타고 진입 미 중부사령부 강습상륙함 USS 트리폴리 소속 미 해병대원이 투스카호를 나포하기 위해 로프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대이란 해상 봉쇄를 개시한 이후 무력을 동원해 이란 선박을 나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선박 요격 후 로프 타고 진입 미 중부사령부 강습상륙함 USS 트리폴리 소속 미 해병대원이 투스카호를 나포하기 위해 로프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대이란 해상 봉쇄를 개시한 이후 무력을 동원해 이란 선박을 나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양국의 재충돌 가능성이 커지며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통항은 다시 급격히 얼어붙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글로벌 선박 추적 사이트 ‘마린트래픽’을 인용해 최근 24시간 동안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대형 상선이 유조선 ‘G 서머호’ 1척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해협을 통과한 ‘G 서머호’는 중국 소유 선박으로 과거 이란산 석유와의 연관 의혹으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국은 호르무즈해협과 페르시아만 일대 위협 수준을 최고 단계인 ‘위기’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3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한국으로 향한 몰타 선적 유조선 오데사호는 안전하게 국내 입항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오데사호는 석유 100만배럴을 실을 수 있는 수에즈맥스급 유조선으로 현대오일뱅크 정유시설에서 화물을 하역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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