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65) 한국은행 총재는 임명 과정부터 순탄치가 않았다. 2022년 3월23일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신임 총재 후보자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당시는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이미 꾸려져 가동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청와대도 “윤 당선인 측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수위 측은 “저희는 그런 분(이창용)을 추천한 적이 없고, 동의해준 적도 없다”며 “(한은 총재를) 발표한다고 10분 전에 전화가 왔길래 일방적으로 발표하려면 마음대로 하시라고 했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자연히 이 총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해 임명되더라도 과연 윤석열정부에서 4년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 이가 많았다. 실제로 노태우정부 말기인 1992년 임명된 조순(2022년 별세) 한은 총재는 이듬해인 1993년 김영삼(YS)정부가 출범한 직후 전격 경질됐다. YS의 경제 참모들이 “정권이 바뀐 만큼 새 판을 짜야 한다”며 청와대를 적극 설득한 결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2022년 4월20일 임기가 채 20일도 안 남은 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이 총재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자리를 지켰다. 더욱이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2025년 4월 조기 퇴임하며 이 총재는 이재명 대통령까지 총 3명의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는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 총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관어는 아마도 ‘파격’일 것이다. 2024년 9월 이 총재가 정부세종청사를 찾아가 당시 최상목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난 일은 파격 중에서도 파격이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역대 한은 총재들은 정부 부처를 드나드는 일을 삼갔기 때문이다. 현직 한은 총재의 재경부 방문은 이 총재가 사상 최초였다. 어디 그뿐인가. 이 총재는 한은의 고유 업무인 이자율(금리) 결정 말고 이른바 ‘구조 개혁 시리즈’를 통해 사교육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의 입바른 충고가 귀에 거슬렸기 때문일까. 정치권은 여야 불문하고 이 총재를 향해 “오지랖이 너무 넓다”면서 “자숙하고 한은의 본래 역할에만 충실하라”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20일 4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이 전 총재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도 경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늘 그래 왔듯이 경제 평론이나 조언·자문 등을 하려고 한다”며 “어떤 매체를 활용할지는 차차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임 기간 구설에 오르기도 한 구조 개혁 시리즈에 관해 그는 “한은 직원들에게 보낸 전체 이메일을 통해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조용히 있으면 욕 먹을 일도 없겠으나, 공인(公人)이라면 어떤 일의 시시비비에 관해 과감히 소신을 밝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전 총재는 “이런 ‘시끄러운 한은’ 기조를 더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고도 했는데, 과연 후임자가 순순히 따를 것인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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