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금수조치 해제 소문 파다”
금강·묘향산 등 상품 구성 박차
당국 정식 통지 여부엔 입 닫아
北 가는 남단둥역 열차 화물 가득
실제 1∼2월 북중 교역액 20% ↑
30일 평양행 직항 항공편 재개
열차 이은 북중관계 복원 상징성
단둥·신의주 연결 신압록강대교
北, 10년간 개통 미뤄… 인근 적막
일각 “교류무드, 섣부른 기대 일러”
지난 24일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한 식당. 북한 말투를 쓰는 남성 세 명이 맥주를 곁들인 점심을 먹으며 중동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현지 사정에 능통한 동행인이 북한 무역 일꾼들일 것이라 귀띔했다. 어떤 맥락인지는 정확히 듣지 못했으나 대화 중에 ‘핵 무력’이 언급되기도 했다. 추측건대 이란과 북한의 핵 보유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일 터였다. 동행인은 길을 지나는 북한 사람들을 가리키며 “최근 길거리에 보이는 북한 사람들이 조금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단둥은 북한 신의주와 마주 보며 북·중 교역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핵심 거점으로, 북·중 교류의 부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도시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고 인적 왕래와 철도·도로를 이용한 교역을 전면 중단하면서 단둥의 실물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최근 북·중 교류 활성화에 힘입어 단둥의 실핏줄에는 다시 온기가 도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년여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호혜적인 경제 무역 협력 심화’를 언급하며 관계 발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근에는 김 위원장의 노동당 총비서와 국무위원장 재추대에 시 주석이 축전을 보내고, 김 위원장은 답전을 보내면서 북·중 관계 발전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압록강단교에 올라가 옆에 있는 중·조(북·중)우의교를 바라보니 10여 분 동안 20대 이상의 트럭이 중국에서 북한 쪽으로 향했다. 남단둥역에는 북한 서포와 단둥을 연결하는 화물열차에 짐이 실린 채 대기 중이었다. 한 중국인 무역상은 “이미 당국에서 북한산 수산물 수입을 풀어주기로 결정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5∼6월 北 단체관광 가능”… 여행사, 평양·금강산 여행 홍보 분주
유엔 안보리는 2017년 8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주력 수출품목인 광물과 함께 수산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한 바 있다. 수산물은 당시 석탄, 의류에 이은 북한의 3대 수출품목이었다. 이후 같은 해 12월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서는 수산물 수출 금지 규정이 더욱 강화됐다. 그럼에도 북한 어선이 잡은 수산물을 공해 상에서 중국 어선으로 환적해 중국산으로 유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만약 풍문이 사실이라면 이 같은 밀무역 차원을 넘어 중국 당국이 빗장을 푸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중국이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무력화하면서 북한과의 경제적 밀착을 공식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수치로 나타나는 온기는 더 선명해진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지난 1∼2월 북·중 교역액은 29억4038만위안(약 64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했다. 이 같은 교역 규모는 1∼2월 기준으로 2017년(53억6674만위안)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올해 1∼2월 중국에서 북한으로의 수출은 23억1474만위안으로 16.2% 늘었고, 수입은 6억2564만위안으로 34.1% 급증했다. 양국 교역 규모는 2017년 안보리 제재와 2020년 국경 봉쇄로 2021년 20억위안대까지 위축됐지만 지난해 연간 교역액이 전년 대비 26.0% 증가한 195억5097만위안을 기록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의 대중국 수입액보다 수출액의 증가 폭이 크다는 점은 북한 내 생산 활동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한다.
◆철길·하늘길 재개… 대미 협상 지렛대
열차와 항공기라는 양국을 연결하는 두 개의 핵심 통로도 동시에 복구됐다. 중국 국영 항공사 에어차이나는 30일부터 베이징과 평양을 잇는 직항 항공편 운항을 재개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단됐던 이 노선이 다시 열리는 것은 6년 만이다. 앞서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는 국제 여객열차 서비스도 6년 만에 재개된 바 있다.
이는 북·중 관계의 전략적 복원을 대내외에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히며 판을 흔드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과의 연결을 강화하는 것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독점적인 영향력을 쥐고 있다는 점을 과시해 향후 미·중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현지의 한 여행사 대표는 “6월부터 시작될 북한 단체여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으로부터 정식으로 날짜를 통지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지만, 현지 업계에서는 이미 5월에서 6월 사이 단체 관광 재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상품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중국 여행사들이 5월 출발하는 평양·개성·금강산·묘향산 기차 여행 상품 홍보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여행 코스에는 비무장지대(DMZ)와 주요 산악 지대가 포함됐으며, 여행 가격은 열차 등급에 따라 1060달러(약 160만원)에서 1305달러(약 197만원) 사이로 책정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한 해 수십만명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압록강을 건너 북한 경제에 외화를 수혈할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제재 속에서 합법적인 외화벌이 수단을 확보하는 절호의 기회다.
◆기대는 일러… 적막한 신압록강대교
다만 북·중 교류 활성화에도 단둥 전역에 본격적인 활기가 도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상징적 지표이자 숙제는 2014년 완공된 신압록강대교다. 10년 넘게 정식 개통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현장은 달라진 게 없었다. 중국은 노후한 중·조우의교를 대체하기 위해 단둥 랑터우와 신의주 남부를 잇는 3㎞ 길이의 왕복 4차로 다리를 건설했지만 북한 측이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개통을 미뤄왔다.
단둥 시내와 10㎞가량 떨어진 신압록강대교 주변은 넓고 깨끗한 도로와 고층 아파트, 대형 세관 건물 등이 들어선 신도시가 조성돼 있다. 하지만 이곳은 행인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적막했다. 새로운 세관 건물과 신압록강대교 개통 시 면세점으로 쓰인다는 소문이 돌았던 빌딩은 개점휴업 상태였고, 사람 한 명 없는 소규모 놀이공원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감돌았다.
단둥시 정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신압록강대교 항만 개통’을 공식 목표로 설정하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인근 거주 주민은 “10년 넘게 들어온 소문이라 이번엔 진짜일까 싶다가도 결국 차가 지나다니는 것을 직접 봐야 믿을 수 있다는 게 현지 민심”이라고 전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5월까지 단둥을 통해 북·중 관계를 짐작해 보려는 세계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둥의 진정한 봄은 신압록강대교가 완전히 개통되고 물류의 혈맥이 뚫린 뒤에야 비로소 완성될 전망이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한국인 ‘마약왕’](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26/128/20260326520610.jpg
)
![[기자가만난세상] 준비 없는 원주시 통합 제안](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09/29/128/20250929519517.jpg
)
![[삶과문화] 새봄, 위대한 일](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128/20260219518190.jpg
)
![BTS, 세계가 신발을 벗다 [이지영의 K컬처 여행]](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26/128/20260326520524.jpg
)






![[포토] 수지, 사랑스런 볼하트](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25/300/20260325513077.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