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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준비 없는 원주시 통합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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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철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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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강수 강원 원주시장이 횡성군에 잇따라 행정통합을 제안하고 있다. 정부가 광역지자체 간 행정통합에 대규모 재정 인센티브를 제시한 만큼 기초지자체끼리도 통합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취지라고 했다.

횡성군은 반발한다. 김명기 횡성군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의(信義)부터 지키라”고 날을 세웠다. 사전에 어떤 논의도 없었다는 비판이다.

배상철 사회2부 기자
배상철 사회2부 기자

횡성군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시장 사과가 없으면 원주시와 모든 협력을 중단하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두 지자체 간 갈등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충돌 이후 정책협력은 사실상 멈췄고 공동 현안은 표류하는 모양새다.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번 사안을 지켜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횡성군 주장처럼 최소한이라도 의견조율이 선행됐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반발이 뻔한 사안을 원주시는 왜 이런 방식으로 꺼냈을까.

원주시 내부에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고위 공무원은 자신도 발표 당일에야 제안 사실을 알았다고 털어놨다. 후폭풍을 우려한 그는 간부회의에서 반대의견을 냈지만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대답만 해)’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원 시장 측근에게 사전에 논의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이제부터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차원에서 제안한 것일 뿐인데 횡성군이 과민반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재차 묻자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다수 공무원들에게 물었지만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누구도 사전 교감이 없었던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다만 실무자들과 대화에서 몇 가지 단서는 드러났다. 한 공무원은 “급하게 추진된 사안”이라고 귀띔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 대목이다. 횡성군이 “표심을 겨냥한 졸속 발표”라고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뚜렷한 로드맵이 짜여있지 않았다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킨다.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실행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또 다른 실무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횡성군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만큼 지금부터라도 소통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사전 논의 없이 갈등을 키운 뒤 뒤늦게 협의를 말하는 행보는 원주시가 이번 행정통합 사안을 얼마나 가볍게 판단했는지 되묻게 한다.

횡성군은 여전히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행정통합과 관련해선 일체 대응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행정통합은 지도 위 경계선 하나 지운다고 완성되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특히 원주·횡성처럼 생활권이 맞닿아 있으면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지역일수록 조정과 설득은 더 길고 정교해야 한다. 그 과정을 건너뛸 때 통합 제안은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된다.

행정통합 성패는 속도가 아니라 순서에 달려 있다. 선언이 먼저가 아니다. 신뢰가 먼저다. 지도 위 경계선은 쉽게 지울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 사이 선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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