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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칼럼] 반도체 호황,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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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수출 호조
공급 확대로 향후 가격 하락 우려
韓 시스템 반도체는 여전히 취약
산학연, 기술 개발 총력전 펼쳐야

필자가 반도체 연구를 시작한 지 올해로 약 40년이 됐다. 광학현미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작은 트랜지스터가 동작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신기하기만 하다. 마치 ‘마법의 돌’ 같다. 이들 트랜지스터가 연결된 집적회로가 엄청난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하지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최신 집적회로 칩의 전자현미경 사진을 보면 나노 크기의 세계에서 펼쳐진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이를 설계하고 제작한 연구원들은 공학을 넘어 예술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이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26년 3월 초 기준,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35.3%까지 확대되는 전례 없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과거 20% 전후에 머물다가 2025년 24.4%로 늘었고, 올해 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당시 20% 중후반이었음을 감안하면, 지금은 그야말로 메모리 블랙홀 수준의 슈퍼사이클 시대라 할 만하다. 마치 인공지능(AI)의 마법 속에 반도체가 날아오르는 듯하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혹자는 이 추세가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메모리 메가 트렌드’라고 부른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에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다만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마냥 낙관하기는 이르다.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중국 창신메모리(CXMT)까지 가세해 양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어, 2026년 하반기부터 의미 있는 공급 증가가 가시화되고 2028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공급 확대는 가격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적인 AI 모델 서비스 기업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미국 주요 빅테크 4사(구글, 메타, MS, 아마존)의 시설 및 인프라 투자액은 약 45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올해는 약 9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가장 많은 유료 구독자를 보유한 오픈AI조차 그동안 적자를 이어왔고, 올해도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6년에는 다양한 기업과 모델이 경쟁하는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수익성 확보는 더욱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AI 모델 서비스 사업은 시설투자 비용도 크지만, 높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운영비용이 타 사업 대비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저전력 AI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저전력 GPU와 NPU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AI 수요 확대로 전력 사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클라우드 서버의 주기적인 반도체 부품 교체 비용 또한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일부 AI 모델 서비스 기업은 투자를 축소할 수 있고, 생존 기업의 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는 메모리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반도체 메모리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메모리 강국이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여전히 취약하다. 현재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으나, 기술 격차가 줄어들거나 추월당할 우려가 적지 않다. 차세대 D램을 위한 셀 구조 축소화는 여전히 안갯속이고, 낸드 플래시 메모리 역시 수직 적층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미래 기술 부문에서는 특히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현재 우리는 D램 기반 HBM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낸드 플래시 기반 HBF(High Bandwidth Flash) 개발도 진행 중이다. D램은 EUV 노광장비 의존도가 높은 반면 낸드 플래시는 낮다는 점은 경쟁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다. 앞으로 메모리 분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이제 기업 혼자서 미래기술을 개발하기는 어렵다. 과거 오픈 이노베이션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미미했다. 산학연이 비상한 각오로 진정한 협력에 나서야 할 때다. 기업이 주도하되, 정부는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미래 반도체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지금의 메모리 초호황기가 미래기술 투자의 최적기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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